약국 문 열고 닫기부터 아들의 통학까지…제약회사에 갑질 일삼아온 약사부부

입력 2016-12-06 06:46 수정 2016-12-06 07:32
‘약국 문 열고 닫기부터 청소, 약품진열은 물론 주차, 아들의 통학까지....’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제약회사를 상대로 8년여에 걸쳐 몹쓸 짓을 해온 광주지역 유명 약국 약사부부의 이른바 ‘갑질’이 경찰에 적발됐다.
광주서부경찰서는 6일 제약회사 영업사원에게 “거래처를 바꾸겠다”고 협박해 사적인 이익을 취한 혐의(강요 등)로 광주 동구 모 유명약국 A씨(45)와 B(41·여)씨 등 약사 부부 2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광주 모 대학병원 정문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씨 부부는 지난 2009년 11월부터 최근까지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을 상대로 강요를 통한 ‘갑질’을 반복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A씨 부부가 “직원들을 보내 약국 일을 도와주지 않으면 거래처를 바꾸겠다. 칼자루는 내가 쥐고 있다”고 으름장을 놓아 영업을 위한 약국 문 열기부터 청소와 약품진열, 쓰레기통 비우기, 카페트 깔기, 주차, 아들의 학교 통학, 사적 심부름, 은행업무,이삿짐 나르기 등을 시켜왔다고 설명했다.
의약품 도매업체인 광주 모 제약회사는 매월 10억원 정도의 약품을 구입하는 A씨 부부 약국과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2009년부터 울며겨자먹기로 영업사원 2~3명을 약국에 상주시켜온 것으로 파악됐다.
약국에 파견된 제약회사 직원들은 “약사 부부의 지시에 따를 의무는 없었지만 회사에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려주는 약국을 놓칠 수 없어 그동안 불쾌한 감정을 숨긴 채 가리지 않고 온갖 개인적 심부름을 처리해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지난달 중순 20여명의 직원을 둔 대형 약국이 납품 제약회사를 상대로 지나친 ‘갑질’을 한다는 첩보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지난달 11일부터 17일까지 개·폐점 시간에 약사 부부를 대신해 매일 약국 문을 여닫는 제약업체 영업사원들을 촬영한 현장사진과 약국 내 설치된 CCTV영상(8월11일~11월30일), 강요에 의해 약국의 허드렛일을 전담해왔다는 제약업체 대표·상무 등 간부, 영업사원들의 진술을 증거로 확보했다.
월급은 제약회사에서 받으면서 약국으로 출근해 하루종일 일하고 약국에서 퇴근하는 비정상적 직장생활을 해온 셈이다. 철저한 '을'의 입장이 된 제약회사 직원들은 운전기사 노릇을 할 때도 많았고 쉬는 날에도 A씨 부부가 휴대전화로 부탁한 잔심부름을 하느라 제대로 쉬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집안 가구를 새로 배치하니 와서 옮겨달라거나 약국 사무용품을 정리해달라는 것 등이다.
하지만 A씨 부부는  경찰에서 “의약품 거래를 해온 제약회사에서 스스로 도와준 것”이라며 강제성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약국이 다른 제약회사 직원들에게도 ‘갑질’을 해온 것으로 판단된다”며 “여죄를 수사해 구속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