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진에 가장 먼저 침투하는 ‘붉은 베레’

입력 2016-12-05 23:43 수정 2016-12-09 18:16
특수부대 중의 특수부대, 공군 CCT

어둠이 저녁노을을 서서히 삼키는 시각, 공군의 특수부대 CCT(Combat Control Team‧공정통제사) 요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낙하산, 야간투시경, 헬멧, 고도계, K-1 소총 등 장비를 최종적으로 점검한 이들은 C-130 수송기에 몸을 싣는다. 이내 소수정예 CCT 요원들을 태운 수송기는 차가운 밤공기를 가르며 활주로를 차고 올랐다. 지난달 28일, 경남 김해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주기장은 전시상태를 실감케 했다.

이륙 후 얼마가 지났을까. 강하 20분 전을 알리는 강하조장의 수신호에 따라 CCT 요원들은 각자 점프에서 착지까지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이미지트레이닝 한다. 자유강하 후 낙하산을 펴고 안전하게 낙하지점에 도달해야 한다. 수백 번 점프에 성공한 이들에게도 야간 고공강하는 늘 긴장의 연속이다.

조종사는 고도를 6000피트까지 올렸다. 강하 10분 전, 수송기 내 적색등이 켜지고 강하 6분전, 수송기 후문이 열렸다. 대형수송기 엔진이 쏟아내는 굉음이 머리를 울린다.

강하 1분전, 강하조장이 낙하지점과 풍향, 풍속 상태를 대원들에게 알리고 등을 두드리며 격려한다. 마침내 낙하지점인 낙동강 중상류 사구지역에 도착하자 CCT 요원들이 강하순간을 알려주는 ‘그린라이트’ 교신이 조종사에 전해졌고, 동시에 수송기 실내에 녹색등이 켜졌다.
“뛰어!” 강하조장의 외침에 대원들은 한 치의 주저함 없이 도시의 불빛과 암흑이 교차하는 지상으로 자신의 몸을 던졌다. 수송기는 요원들이 모두 무사히 목표지점에 하강 후 야간훈련을 돌입했다는 교신을 받은 후 귀항했다.
CCT의 하반기 야전종합훈련은 이날부터 지난 1일까지 김해와 포천 등지에서 실시됐다.

“First there, Last out”
‘CCT는 적진에 가장 먼저 침투하고 가장 늦게 퇴출한다.
붉은 베레로도 불리는 이들 특수요원은 유사시 활주로와 관제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적진에 신속하고 은밀하게 침투한다. 각종 지상 장애물의 정보와 기상정보 등을 수집한 후 아군의 수송기에 정확한 낙하위치정보를 제공하고 병력과 물자가 투하될 지점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주 임무다. 전쟁 발발 시에는 타군과 협력해 다양한 특수작전도 수행한다.

CCT 요원들은 고유임무인 항공관제뿐만 아니라 공중 및 수상 침투, 장애물 제거를 위한 폭발물 설치 등의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이를 위해 공군 항공관제 교육을 비롯한 고공낙하, 스쿠버, 통신, 폭파 및 야전 기상관측 등 제반 특수훈련을 강도 높게 반복한다.

대한민국 공군의 CCT는 베트남전에서 맹활약을 펼친 미 공군 CCT를 모델로 1978년 4월 제5전술공수비행단 예하 중대급 규모로 창설되었다. 2000년에는 동티모르 한국군 수송기 관제를 수행하였고, 2005년에는 쿠웨이트 다이만 부대에 파병돼 항공호송 및 경호· 대테러 임무를 완수한 바 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지난 2월과 10월에 한미 공군은 '한‧미 공정통제사(CCT) 연합훈련'을 최초로 실시해 실전 전투기량을 향상시켰다.

400회가 넘는 강하 경력을 가진 서원종(42) 원사는 “최정예 CCT 요원이 되기 위해서는 1년간의 자체 훈련은 물론, 육군 특전사, 해군 UDT, 해병대 등 타군 특수부대 훈련도 함께 받는다”며 “강도 높은 훈련을 바탕으로 어떠한 임무도 완벽히 수행해 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국가가 혼란스러워도 이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다. 실전처럼 훈련에 임해 자신들이 가장 사랑하는 조국이 임무를 맡기면 언제든 명예로운 삶을 선택하는 일이다.

김해 창녕=글‧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
지난 달 30일 공군의 특수부대 CCT(Combat Control Team‧공정통제사) 요원들이 경남 창녕군 남지비상활주로에서 강하 후 활주로를 확보하는 JCT(Jump Clearing Team) 전술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공군 공정통제중대장 윤경록(33세‧학사 126기) 대위는 “우리 요원들은 국가관과 사명감이 확실한 사람들”이라며, “힘들고 위험한 훈련의 연속이자만 붉은 베레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간훈련을 위한 비행브리핑 후 조정사와 조종실 요원, CCT 요원이 정확한 작전수행을 위해 초단위까지 시간을 맞추고 있다.

선임 CCT 요원이 후임요원의 강하 장비를 꼼꼼히 살피고 있다.

탑승 전 수송기 후미에서 장비를 교차 점검하고 있는 요원들.

수송기 탑승 전 요원들이 안전한 야간강하를 다짐하는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야간강하를 위해 CCT 요원들이 수송기 후미에 줄지어 서있다.

중무장한 CCT 요원들이 강하조장의 지시에 따라 고공에서 자유강하를 하고 있다.=공군제공

붉은 베레 요원들이 남지비상활주로에서 훈련 내용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

지난 달 29일 창녕 남지비상활주로에서 CCT 요원들이 무선항법장치인 TACAN을 설치하고 있다. 한반도 전역을 커버하면서 식별, 거리, 방위 정보를 제공하는 TACAN은 우리 군에서 유일하게 CCT만 보유하고 있다.

‘침투로의 개척자’로도 불리는 CCT 요원들이 소규모 전술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공중에서 투하된 고무보트를 이용해 CCT 요원들이 수상침투 훈련을 하고 있다. =공군제공

정확한 낙하시점을 알리는 '그린라이트' 신호에 따라 수송기에서 물자를 투하하고 있다.

'한‧미 공정통제사(CCT) 연합훈련' =인터넷 발췌

CCT의 붉은 베레모는 '훈련 중 흘린 땀방울은 전시의 피한방울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훈련을 마친 뒤 요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