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정유라 사건, 21세기 한국 교실에서 벌어진 폭언·기망·조작… 교육농단에 충격”

입력 2016-12-05 14:23 수정 2016-12-05 15:11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5일 “최순실씨에 의한 전대미문의 학사농단에 처참한 심경이다. 충격을 받았다”며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고교 졸업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그는 “승마협회에서 자료를 받아 확인한 결과 (정씨가 결석을 위해) 훈련협조요청 공문을 보낸 141일 중 105일이 실제 훈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무단결석 처리하면 관련 법령에 따라 출석일수의 3분의 2(129일)를 넘지 못해 졸업취소 요건에 해당된다”며 “오늘자로 청담고에 정유라 졸업취소 행정처분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정씨의 승마훈련 일수와 수당 지급현황을 조사한 결과 221일을 훈련에 참가하고 1612만5000원을 수당으로 받았지만 훈련일지 전체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어 졸업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의 연세대 부정입학 의혹에는 “이미 10년이 지나 관련 자료가 보존돼 있지 않아 조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이렇게 말했다. 

“오늘의 분노를 자양분삼아 더 정의롭고 더 따뜻한 서울교육을 만들겠다. 우리는 최순실에 의한 전대미문의 학사농단, 교육농단의 부끄러운 모습에 직면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처참한 심경으로 치부를 밝혀냈다. 부끄러운 농단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정씨 졸업취소를 발표한다. 또 교육농단을 바로잡는 일련의 조처를 발표한다.

지난달 16일 이 자리에서 최씨의 딸 정씨 출신학교에 대한 특정감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최씨가 교육의 공정성을 짓밟고 학교와 교사를 모독한 일을 ‘교육 농단’이라고 규정했다.

감사가 진행되면서 저희는 모두 충격에 빠졌다. 21세기 한국의 학교와 교실에서 이런 노골적인 압력, 수뢰, 폭언, 기망, 조작, 특혜가 자행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전대미문의 학사농단과 교육농단이 다시는 벌어지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해 사실 규명을 위해 노력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의롭지 못한 과거의 잘못된 조치를 남김없이 시정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특정감사 최종결과 발표에 앞서 서울교육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교육농단을 사전에 방지하지 못한 책임을 무겁게 느낀다. 이런 사태에 이르기까지 공직자로서 충분한 책임을 다하지 못한 학교, 교육지원청, 서울시교육청을 대표해 시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철저한 조사와 잘못된 행정의 시정, 관계자에 대한 엄정한 조처를 통해 기울어진 교실을 바로잡는 데 모든 노력을 경주하겠다. 그리고 오늘 우리의 분노를 내일 더 맑고 더 따뜻하고 더 정의로운 서울교육을 만들어내기 위한 자양분으로 삼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특정감사 결과 발표와 더불어 서울시교육청은 지금까지 드러난 객관적 증거들을 토대로 최씨에 의해 농단당한 현실을 하나하나 바로잡을 것이다. 여기에는 최씨의 딸 정씨의 졸업 취소, 성적정정, 수상취소가 포함된다.

감사관실에서 상세히 설명 드리겠지만 최씨와 정씨는 대한승마협회의 허위 공문서까지 동원해 학교를 기만하고 공교육을 능멸했다. 정씨 졸업취소, 성적정정, 수상취소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분도 계시겠지만 특권과 특혜로 이루어진 일은 어떤 것이든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음을 학생과 시민 여러분께 분명히 확인시켜드리고 싶다.

최순실 씨의 교육농단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고 무너진 혐의를 받는 교원 10명은 최씨, 정씨와 함께 사법당국에 엄정한 수사를 의뢰했다. 이들에게는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상응하는 징계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이번 교육농단 사건 이후 학교와 공교육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앞으로는 학교가 어떤 권력과 금력의 압력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는 곳이 되도록 엄정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우리 학생들이 믿고 다닐 수 있는 공정한 학교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드러난 체육특기자 학사관리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공부하는 학생선수 육성 등 제도개선책을 마련해 바로 시행하겠다. 감사관실이 지적한 제도개선에 관해서는 교육청이 별도로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겠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