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국민, 개헌안 거부… EU 탈퇴 움직임(이탈렉시트) ‘주목’

입력 2016-12-05 08:38 수정 2016-12-05 08:39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4일(현지시간) 폰타시에베 투표소에서 부인 아그네세와 함께 개헌안 국민투표에 참여해 투표함에 표를 넣고 있다. AP/뉴시스


마테오 렌치 총리가 추진해온 개헌안이 4일(현지시간) 국민투표에서 부결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투표 직후 발표한 출구조사에서 반대표가 과반을 훌쩍 넘길 것으로 나타났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의 국민투표 부결로 인해 국제적으로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앞서 “개헌안이 부결되면 이탈리아의 취약한 금융시스템에 충격이 올 것”이라며 “렌치의 개혁이 좌절되면 연말까지 50억 유로(약 6조2000억 원) 규모의 유상 증자에 나설 예정이던 이탈리아 3위 은행 ‘몬테 데이 파스키 데 시에나’의 계획이 무산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른 은행들도 재무구조가 좋지 않기 때문에 은행 연쇄 부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탈리아 은행들의 부실대출액은 3600억 유로로 추정되고 있다. 부실대출액이 전체 대출액의 18%나 된다.

또 렌치 총리가 사임하면 이탈리아의 EU 탈퇴, 이른바 ‘이탈렉시트(Italexit)’ 움직임도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2009년 창당 후 렌치 총리의 민주당과 대등한 수준으로 급부상한 급진 좌파 정당(제1야당) 오성운동은 유로존 탈퇴와 리라화 복귀, 이탈렉시트를 목표로 내걸고 있다.

한국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탈리아 부실 은행권의 연쇄 도산으로 인한 유럽 전역으로의 리스크 전염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보다는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이 크지 않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수밖에는 없다.

렌치 총리가 국민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음에도 렌치가 주도한 개헌이 부결된 것은 의외다. 렌치는 반대표가 과반을 넘으면 사임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는데 그가 사임하게 되면 2014년 2월 39세 나이로 총리에 취임한지 약 2년 9개월만이다.

1922년 베니토 무솔리니(당시 39세) 이후 최연소 기록 총리 기록을 세우면서 취임했을 당시 렌치는 중앙정치 경험이 전무했지만 이탈리아 경제를 비교적 안정되게 만드는 데 성공했으며 배신과 음모, 혼란으로 점철된 이탈리아 정치에 새 바람을 넣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국민들은 개헌안을 거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언론들은 이탈리아 국민이 기성정치세력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성 정치판에 신물 내는 국민들이 정치판을 갈아엎자는 젊고 능력있는 총리의 개헌안에 반대표를 던진 셈이다. 

이탈리아 국민들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대부분 인정하지만 반대로 렌치 총리의 정치개혁이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나치게 강화할 수있다는데에는 강한 의심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개헌안 내용을 '기득권의 수호'로 받아들인 것이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