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우리 사회에 뿌리깊이 자리 잡고 있는 가부장적 구조가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여성신학회(회장 이숙진)가 3일 서울 중구 장충단로 경동교회 장공채플실에서 ‘여성혐오 너머의 세상’을 주제로 개최한 2016년 송년학술제에서다.
‘성서가 여성을 죽여?’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최영실(사진) 성공회대 명예교수는 “최근 국정농단 사건을 규탄한 촛불시위 현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여성비하적 발언으로 욕설하는 남성들이 있고, 인터넷 댓글에서도 입에 담기도 민망한 여성혐오적 말들과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국정농단 사건은 여성혐오의 문제로 비화되어선 안 되는 문제”라면서 “대통령과 최순실을 부추겨 자신의 부와 권력을 추구했던 대다수의 남성 정치가와 재벌, 언론, 불의한 종교 권력자들과 지도자들이야말로 처벌을 받아야 할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들은 잘못한 지도자를 책망하고 불의의 길에서 돌이키게 할 사명이 있다”며 “그들은 불의한 권력 체제에 굴복하고 동조하며 침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 교수는 “지난해 봄 강남역 살인사건을 통해 보여준 젊은 여성들의 분노와 절규, 성차별적 제도와 가부장적 제도를 비판하며 성 평등을 위해 연대한 모습 속에서 내일의 희망을 본다”며 “초등학생에서 어르신들까지 이 땅에 정의가 세워지길 열망하는 촛불들에서 죽임을 이기는 생명의 역사를 본다. 이 땅에 모든 차별과 억압이 사라질 때까지 분노의 촛불을 끄지 말고 평화의 촛불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둔 한국교회에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성서를 마음대로 오용해 여성을 차별하고 힘없는 자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불의한 일을 우리 손으로 허물어야 한다”며 “모든 차별을 깨뜨리며 십자가의 길을 가는 예수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 성도들에겐 “남자 목회자들이 여성비하 하는 성서해석에 맹종하고 자신과 가족의 안일만을 추구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한국여성신학은 우는 자들의 역사 현장으로부터 자유와 해방의 메시지를 선포하며 함께 촛불을 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