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52) 성남시장은 기초단체장이다. 일반적인 대권 후보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선 유력 당의 대표급 이력을 가졌거나 최소 광역단체장 정도를 거쳐야 한다. 광역단체장을 차기 대권을 노리기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생각하는 게 여태까지의 한국 정치판이었다.
하지만 이 시장은 다르다. 최근 그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기초단체장이 이 정도로 주목받는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꽤 많은 설화 속에서도 꾸준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소위 보수 진영에서도 그를 의식하고 견제하기 시작했다. 친박단체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이 3일 오후 서울 동대문에서 연 집회에 참석하는 등 특유의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대표적이다.
윤 전 대변인은 “성남시장 이재명의 지지도가 문재인 전 대표를 추격하고 있다”며 “시장이 시정은 안보고 촛불시위 나가서 선동하고 있는데 성남 시민은 뭐하고 있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 시장이 유력한 대권 주자로 부상하고 있는데 대한 보수 측의 우려와 견제가 시작됐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 시장은 5일 발행되는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성공한 한국의 버니 샌더스가 되고 싶다”는 속내를 밝혔다. 그는 “트럼프나 샌더스 모두 나처럼 변방 출신으로 정치 기득권자가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성공한 아웃사이더인 트럼프가 결국 미국의 국가권력을 차지했지만 샌더스는 사회적 약자와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추구해온 사람이다. 굳이 말하면 나는 ‘성공한 샌더스’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주목받고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2위까지 오르는 변화에 대해 “정치 패러다임의 변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시장은 “네트워크가 발달하고 집단 지성이 발휘되면서 대중이 정치권과 대등한 존재가 됐다”며 “대중 속에서 대중을 서포트하는 게 정치라고 생각하고 대중의 언어로 대중들의 욕구를 대변하는 역할을 했는데, 그것이 이번 기회에 평가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특징은 우아하고 정제된 언어보다는 직설적인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설화도 많다. 하지만 그는 “적극 검토, 긍정 검토, 장기적 검토, 함께 갑시다, 뭐 이런 말들 진짜 싫어한다”며 “대중은 그런 말을 들으면 ‘가능하다’고 받아들이지만 결국 안된다는 뜻 아닌가. 일종의 정치적 기만 행위”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나는 철저하게 야전에서 살아왔다. 어느 편 이런 것 없다. 무슨 주의자로 나를 규정하려 하지 말아달라”며 “나는 국민을 위해 필요하다면 우파, 좌파 정책 다 갖다 쓸 수 있는 실용주의자”라고 강조했다.
2010년 성남시장이 되기 전 성남 지역에서 인권 변호사로 활동해온 그는 그야말로 ‘흙수저’ 출신이다. 그의 집안은 경북 안동군 도촌리 지통마을에서 화전(火田)을 일구다 그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성남시로 이사했고 그는 이후 학교도 못 다니고 공장에서 일해야 했다. 공장에서 일하다 사고로 왼팔에 장애를 입었고 이를 비관해 자살 시도를 하기도 했다.
이 시장은 중·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마친 뒤 학자금 면제와 장학금을 받는 조건으로 1982년 중앙대 법대에 들어갔다. 받은 장학금은 집 생활비로 보내고 공부에 매진한 끝에 사법고시에 합격해 변호사의 길로 나섰다.
그는 인터뷰에서 “내가 인권변호사로 일하고, 시장이 된 것도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기 위한 수단”이라며 “대권도 더 많이 바꿀 수 있는, 더 나은 수단이라는 판단 때문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