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7시간’ 국민 생명권 보장 의무 져버렸다
탄핵소추 사유에서 빠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 논란은 헌법 10조 위배사항으로 적시됐다. 탄핵안은 “국가적 재난을 맞아 즉각적으로 국가의 총체적 역량을 집중 투입해야 할 위급한 상황에서 행정부 수반으로서 최고결정권자이자 책임자인 대통령이 아무런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16일 오전 8시52분부터 선체가 완전히 침몰한 당일 오전 10시31분까지 1시간30분가량 박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점이 명시됐다.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질타가 쏟아졌던 ‘구명조끼’ 발언도 함께 서술됐다.
탄핵안에는 참사 이후에도 박 대통령이 행적 논란에 대해 적극 해명하지 않은 점도 탄핵 사유로 담겼다.
‘최순실 국정농단’ 국민주권·헌법수호 등졌다
‘비선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의 국정농단 사태도 소추 사유로 꼽혔다. 헌법 1조가 규정한 국민주권주의를 포함해 대의민주주의, 대통령의 헌법수호·준수의무 등 여러 헌법조항을 위배한 것으로 명시됐다.
탄핵안에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과 그의 친척이나 그의 친분이 있는 주변인 등이 소위 비선실세로서 각종 국가정책 및 고위 공직 인사에 관여하거나 이들을 좌지우지하도록 했다”는 문장으로 표현됐다.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대기업 돈을 모금한 것은 최씨의 사익을 위한 행위로 봤다.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종 전 문체부 차관 등 ‘차은택 사단’이 문체부를 좌지우지한 것은 헌법상 직업공무원제, 대통령의 공무원 임면권, 평등원칙 조항을 위배한 것이라고 쓰였다.
최씨의 딸 정유라(20)씨 경기 결과 등을 두고 문체부가 승마협회를 조사·감사한 것이나 노태강 전 문체부 국장과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의 경질에 관한 의혹도 탄핵안에 담겼다. 이 밖에 최씨가 각종 국가사업에 개입해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 역시 함께 기재됐다.
‘대기업 수금’ 강요해 뇌물받고 직권 남용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직권남용·강요 혐의가 탄핵안에 담겼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7월 7개 기업 총수와 단독 면담을 한 사실에는 “단독면담을 하기 전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에게 지시해 ‘각 그룹의 당면 현안을 정리한 자료’를 제출 받도록 했다”고 서술됐다. 이어 SK·CJ 총수 구속,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이 차례로 거론됐다.
야3당은 단일안에서 “민원적 성격을 가진 당면 현안은 대통령의 사면권, 대통령 및 경제수석비서관의 재정·경제·금융·노동 정책에 대한 권한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며 대가성에 기반한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박 대통령이 안종범, 최순실과 함께 이러한 두려움을 이용해 기업들로부터 출연금 명목으로 재단법인에 돈을 납부하게 한 것은 대통령의 직권과 경제수석의 직권을 남용함과 동시에 기업체 대표 및 담당 임원들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침해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고 밝혔다.
K스포츠가 롯데그룹에 70억원 반환한 점, 면세점 특혜 및 비자금 수사 사실 등도 탄핵소추 사유로 명시됐다.
‘정윤회 문건 수사’ 언론자유 침해했다
지난해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언론 탄압 의혹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내용도 탄핵안에 포함됐다. 이 부분에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이름이 등장한다.
탄핵안은 “김 전 비서실장은 2014년 12월14일 문건 수사를 ‘조기 종결토록 지도하라’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에게 지시했다”고 적었다. 이어 “우 전 수석은 문건 유출자로 지목받던 한일 전 경위에게 ‘자진출두해서 자백하면 불기소 편의를 봐줄 수 있다’라고 했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김 전 실장은 이외에도 김희범 전 문체부 차관을 통해 문체부 1급 공무원 일괄사표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 등으로 탄핵소추 사유에 포함됐다.
탄핵안은 발의 후 처음 열리는 국회 본회의 보고를 거쳐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표결해야 한다. 의결을 위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 탄핵안은 오는 8일 본회의에 보고된 뒤 9일 표결에 부쳐진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