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계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을 검토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퇴진 일정을 여야가 합의해 달라는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직후, 비박계의 탄핵대오는 크게 흔들리더니 급기야 탄핵 철회 쪽으로 '회군'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비박계와의 이번 회동을 통해 '탄핵 대오'를 완전히 붕괴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비박계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 대변인 황영철 의원은 2일 "며칠전에 청와대 정무수석과 통화를 했다. 그때 정무수석이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연락이 왔다"고 청와대가 비박계와 회동을 원하고 있음을 밝혔다.
황 의원은 "그래서 제가 우리 (비박계의) 전체 입장을 얘기할 수는 없지만 대통령을 만나 우리의 진솔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고 답했다"고 박 대통령과 비박계의 회동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황 의원은 이어 "아마 오늘 대통령이 우리를 만나는 그런 입장이 정해졌다면 우리들의 의사가 잘 전달된 것이 아닌가 싶다"며 "공식 요청이 들어오면 회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박계의 '탄핵 회군'을 주도하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는 "청와대로부터 면담 요청이 온 것은 없다"면서도 "(회동 성사시) 4월30일에 물러나시는 것을 국민 앞에 공언해달라고 요청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박계는 박 대통령과 회동을 통해 4월 퇴진 약속을 받아내게 된다면 굳이 9일 탄핵을 할 필요는 없다는 계산이다. 또 내년 4월 퇴진 시점까지 여야가 합의로 박 대통령을 대신할 책임총리를 세우면 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비박계 내부에서는 이런 김무성 전 대표 등 일부 비박계 인사들의 '정무적 감각'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한 비박계 의원은 "박 대통령은 지난 3차 담화에서 '나는 아무 잘못없다, 오히려 속았다, 대기업 모금도 선의로 한 것이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면서 물러나라고 하면 여야가 합의해서 결정달라'고 했다"며 "이건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것이고, 다수 국민들도 이런 박 대통령의 태도 때문에 열받아 있는 상황인데 우리가 대통령을 만나 무슨 약속을 받는다고 해서 그걸 좋게 봐 줄 국민이 몇이나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지금 민심은 박 대통령이 아무리 퇴진을 약속해도 믿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국민 담화를 통해 검찰 수사를 약속해 놓고도 이를 깼다. 만약 퇴진 약속을 번복하거나 중간에 돌발 사정 변경으로 퇴진약속을 번복하려고 하면 그땐 어떡할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비박계 중진은 "갑자기 우리가 탄핵 철회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은 김무성 전 대표의 행보 때문"이라며 '김무성 책임론'을 거론한 뒤, "여야 합의에 실패할 경우 9일 탄핵 표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적 '잔 계산'이 아니라, 국민을 배신한 대통령을 '헌법기관인 국회가 민의를 받아들여 대신 심판하겠다'는 정치적 명분이다. 탄핵이 부결되고 안되고는 우리가 계산할 문제가 아니라, 이후 상황은 국민에게 맡겨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유승민 정병국 의원 등 비박계 내 개혁 성향 중진들이 이날 '탄핵 철회' 기류에 급제동을 건 것도 이같은 위기감 때문이다. 두 사람은 "박 대통령이 4월 퇴진을 약속하더라도 여야가 퇴진 일정 합의에 실패할 경우, 예정대로 9일 탄핵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