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정치판 된 서문시장… 촛불 뛰어넘으려는 박 대통령의 발판?

입력 2016-12-02 07:41
대구 서문시장에서 큰 불이 났습니다. 점포 4000여곳 중에서 700곳 가까이가 재로 변했습니다. 대구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인데다 연말 특수를 앞두고 가게마다 물건을 잔뜩 들여놔 피해액은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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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불이 났으니 당연히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30일 다녀갔습니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과 권영진 대구시장은 물론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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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1일 갑자기 방문하면서 서문시장은 혼란스러운 한국 정치의 주요무대로 떠올랐습니다. 박 대통령이 외부 행사에 나선 건 35일만입니다. 촛불시위가 시작된 뒤에는 국무회의조차 참석하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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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이 서문시장에 머문 시간은 15분이었습니다. 상인회장에게 “화재로 큰 아픔을 겪는데 찾아오는 게 인간적 도리라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죠.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도 알리지 않은 황급한 방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가게를 잃은 상인들은 만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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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쯤 뒤에는 박사모 대구지역 회원들이 서문시장에 모여 지지 시위를 벌였습니다. 박 대통령의 이름을 연호하고 박수를 치며 환영행사를 치렀습니다. 상인들은 “불난 집 앞에서 박수치고 기뻐하는가”라고 항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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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에게 서문시장은 특별한 곳입니다.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할 때마다 이곳을 찾아 힘을 얻고 역전에 성공했죠.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돌아오는 길에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불이 난 서문시장을 방문해 촛불 여론을 뒤집으려 한다는 비난이 쏟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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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피해를 본 한 상인이 눈물짓고 있습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정치적 계산에 빠져 있는 동안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점점 많아지겠죠.











고승욱 기자 swk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