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규모가 가장 큰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상가 600여곳이 불에 타는 피해를 입었다.
30일 오전 2시8분쯤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큰 불이나 소방당국과 경찰 등이 출동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소방당국은 상가 내 1지구와 4지구 사이 점포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불은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인 4지구 건물 전체를 태웠다. 4지구 상가 내에는 점포 679곳이 있고 모두 불에 탄 것으로 파악됐다.
발화점에 대해 서문시장 야간경비원은 4지구 1층에서 연기가 나고 불이 올라왔다고 진술하고 있는 반면 일부 상인들은 상가 밖 노점쪽에서 불이 났다고 주장하고 있어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4지구는 의류, 침구, 커텐 등 화재에 취약한 점포가 많다. 이 때문에 유독가스와 연기가 심해 소방당국이 화재를 진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구시소방본부는 소방차 97대와 인력 870여명을 화재 현장에 투입했다. 날이 밝은 후에는 소방헬기까지 투입해 불길을 잡았다. 하지만 아직 잔불이 남아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화재 진압 중 오전 8시50분쯤 가건물 일부가 무너지기도 했다. 대구시와 경찰도 인력을 현장에 투입해 지원하고 있다.
불은 상인 대부분 문을 닫고 돌아간 새벽시간대 발생해 지금까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소방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화재 당시 건물에 있던 경비원 2명도 대피해 무사하다. 다만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소방공무원 2명이 경상을 입었다.
대구시는 등에 따르면 서문시장 4지구 번영회는 최대 76억원을 보상받을 수 있는 화재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서문시장은 대구에서 규모가 가장 큰 전통시장으로 건물 전체 면적은 9만3000㎡다. 1·2·4·5지구와 동산상가, 건해물상가 등 6개 지구로 구분되며 4622개의 점포가 있다.
앞서 2005년 12월 29일 2지구 상가에서 큰 불이 나 상인 1000여명이 점포를 잃었으며 600억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다. 상가를 다시 세우는데 7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피해 상인들은 망연자실했다. 집에서 소식을 듣고 급하게 서문시장으로 달려온 상가 상인들 중 일부는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상인 김모(59)씨는 "2지구 상가에서 불이난 후 다시 건물 들어서고 자리잡는데 10년 가까이 걸렸다"며 "이번에는 얼마나 걸릴지 앞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일부 상인들은 소방당국을 원망하기도 했다. 진화가 늦어져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또 화재 발생 후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상인 이모(32)씨는 "건물 밖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시장 바로 옆 소방서에서 왜 바로 출동해 불을 끄지 못했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