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또 유체이탈? “한줄요약, 내 탓 아냐” 담화 반응 ‘싸늘’

입력 2016-11-29 15:28 수정 2016-11-29 16:32
사진=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담화를 놓고 여론은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 결정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소명에서 “주변을 관리하지 못했다”는 식의 ‘유체이탈 화법’은 다시 눈총을 사고 말았다.

 박 대통령은 29일 오후 2시30분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한 제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 여야가 논의해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으로 정권을 이양하는 방법을 만들면, 그 결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대한민국이 신속하게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 뿐”이라며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정치권에서 지혜를 모아 주실 것을 호소한다”고 했다.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세 번째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첫 담화에서 사과했고, 지난 4일 제2차 담화에서 검찰 수사 협조를 약속했다. 하지만 검찰이 이날을 마지막 시한으로 통보한 대면조사에는 불응했다. 제3차 담화의 주요 관심사는 특검을 앞둔 탄핵 정국에서 퇴진 방법과 범죄 혐의 소명과 관련한 박 대통령의 입장이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이번 일’이나 ‘이번 사건’ ‘여러 문제들’이라는 표현으로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단 한 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았다.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나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다”며 “그 과정에서 어떤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내 큰 잘못”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표면적으로는 사과지만, 그 책임을 자신보다 최순실씨 등 국정농단 세력으로 돌린 박 대통령의 유체이탈식 담화 내용은 비난 여론에 다시 불을 붙이고 말았다. 박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담화를 다룬 인터넷기사 댓글 게시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마다 비판과 지적이 빗발쳤다. “번번이 남 탓” “탄핵 시간끌기” “내가 잘못한 게 뭐냐고 말하고 싶었는가”라는 의견이 꼬리를 물었다.

 한 네티즌은 “담화 내용을 요약하면 나는 사익을 추구한 적이 없다, 아니꼬우면 탄핵하든지, 질문은 안 받는다”라고 말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10여분 동안 9000건 이상의 추천을 받은 댓글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을 뿐 이번 담화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