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왕따 당해도 다신 신고않겠다” 엄마의 눈물

입력 2016-11-29 11:33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들이 왕따 피해자와 그의 부모를 두 번 울렸다. 학교폭력위원회는 증거를 외면한 채 사건을 종결했고, 장학사는 피해자 부모를 ‘아동학대’라고 협박하기까지 했다.

지난 27일 MBC ‘시사매거진2580’에선 수개월간 지속적인 따돌림과 폭행을 당한 초등학교 1학년 민우(가명)의 사연을 전했다.

지난 5월부터 같은 반 학생들에게 폭력과 따돌림을 당한 민우는 결국 10월부터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현재 우울증 상태가 심각해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민우의 담임선생은 가해 아동들의 폭행 사실을 인정했고 학급일지에도 기록했다. 민우의 병원진단서, 가해 아동 부모의 사과 문자, 또다른 피해 아동 엄마들과의 통화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학교를 떠난 건 민우였다.

상황은 학교폭력신고센터인 117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악화됐다. 117은 민우 엄마와 상담을 진행한 후 학교폭력전담경찰을 학교에 보내 ‘예방교육’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경찰은 가해 아동의 부모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해 아동들을 개별상담을 하지 않았다. 개별상담을 재차 요구하자 피해자인 민우만 불러 조사했다.


경찰관이 학교에 오게 되면서 감정이 상한 엄마들끼리 고성이 오갔다. 이에 민우 부모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학교 측의 태도 역시 이해할 수 없었다. 교감은 민우 부모에게 증거를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목격자 진술서를 받아오셔야죠 그러면 (그걸 저희가 다 해야 되나요? 조사 기구는 뭐 하나요?) 아니요. 아니요. 어머니 측에서 유리한 증거를 내는 거잖아요. (학교폭력위원회 있는데 피해자가 모든 조사를 다 해야 된다는 거잖아요. 이게 무슨 불합리한 법입니까?) 법원에서도 그렇잖아요. 각자에게 유리한 증거를 내잖아요. (초등학교 1학년생 아닙니까? 선생님) 부모가 준비하는 거잖아요 이거는...”

민우 부모는 담임 선생의 진술, 학급 일지, 통화내역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학폭위는 두 차례 회의 끝에 “증거가 부족하다”며 ‘조치 없음’ 결정을 내렸다.

학폭위의 최종 결정이 나오기 전 민우 부모는 교육청에 연락해 초등학교 학교폭력전담 장학사를 만났다. 학교 측의 태도가 미덥지 못했던 탓이다.

장학사는 오히려 민우 부모를 ‘아동학대’로 몰아세웠다. 민우 엄마가 상대 아이에게 민우를 때리지 말라고 요구한 게 아동학대로 보인다며 조사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동 학대법을 아시죠? 그 법에 보면 아이들이 그렇게 됐을 때 일차적으로 부모님이 유기하거나 아이들이 그런 사안이 있을 때 보호해 줘야 하는….”


“어머님이 그 친구들한테 어떤 이야기를 하셔요. 그런데 문제가 뭐냐면 그게 아동학대로 보인다니까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의뢰를 해서 어머님들에 대한 조사를 좀 의뢰할 겁니다. (저희는 왜 포함이 되는 거죠?) 다른 집 아이를 계도하려고 하면 아동학대로 안 됩니다. 그건.”


제작진의 취재가 시작되자 교육청은 학교 폭력을 인정할 만한 사실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다만 민우 부모에게 아동학대로 조사하겠다고 말한 부분은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도 교육청은 장학사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민우 엄마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다시 돌아간다면) 아무데도 도와달라고 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가해자 부모들 만나서 우리 애들 건들지 말게 해달라고 그럴 거다. 너무 힘들다고 사정할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민우의 안타까운 사연에 많은 시청자들이 공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눈물이 난다. 얼마나 속상하고 화가 날까” “저런 사람들이 교육자라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정말 안타깝다. 배운 어른들이 어른씩이나 돼서 한 아이를 짓밟나” 등의 댓글이 가득 달렸다.

“잘 치료 받고 좋은 친구들 많이 만나길 바란다”며 민우를 응원하는 메시지도 줄을 이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