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총재 김삼환 목사)는 교육부가 28일 공개한 국정화 역사교과서를 살펴본 결과 기독교 관련 내용이 보완 됐다고 밝혔다.
특히 타종교와 형평성을 맞추려는 노력을 한 것도 눈에 띈다. 다만 기독교의 발전 과정을 설명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평했다.
한국 교계는 지난 2012년 4월 연합기관과 교단, 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한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총재 김삼환 목사)를 조직해 제19대 총선과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여야 정당과 대선 후보들에게 기독교 공공정책을 제안했다.
그 중에는 공공기관의 주일시험을 평일로 변경할 것, 역사교과사 기독교 서술의형평성 있게 기술할 것 등 10대 현안을 제안했다. 그 중 9대 현안을 공약으로 받아냈다.
2013년 2월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대표회장 전용태 장로(변호사), 정책위원장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사무총장 김철영 목사(세계성시화운동본부) 등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방문해 여성문화분과 모철민 간사(초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와 공약 실천에 대해 협의했다.
또 지난 해 9월 황우여 교육부총리를 면담하고 교과서 기독교 서술문제를 타종교와 형평성 있게 기술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한국 기독교는 정부 당국에 오래 동안 역사교과서에 나타난 종교 편향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다.
특히 기존 역사 교과서는 불교와 유교는 말할 것도 없고, 천주교와 천도교에 대해서도 상당한 분량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개항 이후 등장한 기독교의 서술에 대해서는 매우 인색하게 서술됐다고 주장했다.
어떤 검정교과서의 경우에는 단 한 두 줄로 축소돼 있. 한국 기독교는 이같은 역사교과서의 서술은 기독교가 한국 근대화와 민족운동에 미친 영향을 축소하는 동시에 특정 종교에 대한 심각한 편향적 서술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비록 국정화 교과서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었지만, 한국 교계는 새롭게 집필하는 역사교과서에 기독교가 어떻게 서술되는가 하는가에 대해서 주목해왔다.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는 이날 공개된 '올바른 역사교과서'에는 한국교계의 주장이 일부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우선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교육․의료 분야에서의 선교사의 활동”이라는 항목을 설정해 기독교가 이 분야에 미친 공헌을 서술하고 있다. 또한 조선이 서양 국가와 조약을 맺으며 선교사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이들이 ”근대 문물 수용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또 알렌을 통해 광해원(제중원)을 설립, 근대 의료를 도입했고, 아펜젤러를 통한 배재학당을 세워 근대식 교육을 했다는 사실을 기술했다. 이와 함께 한글 성경 보급과 음악, 체육 분야의 공헌도 설명하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 한국사에 일제 말의 기독교 신사참배 반대운동을 설명하면서 “개신교는 교육 운동과 각종 문화 사업에 앞장 섰고, 일제가 신사참배를 강요하자 이를거부하는 운동을 전개하였다. 이 과정에서 관련된 교회와 학교가 폐쇄되었고 주기철 등이 투옥되어 목숨을 잃었다”(p.232, <종교계의 민족 운동>)고 기술해 일제 강점기에 기독교의 항일운동을 다뤘다.
중학교 역사교과서(2)에는 3.1운동에 앞장선 것과 신사참배 강요에 저항하는 내용을 기술했다. 특히 개신교는 일제말 신사 참배 강요에 저항하여 일제의 탄압을 받았다.”(중학교 역사교과서(2)p.117, <종교계가 민족 운동에 참여하다>)
역사교과서의 기독교 서술문제를 오래 동안 주장했던 박명수 교수는 "이번에 새로 서술된 역사교과서는 한국 기독교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했다고 평가된다.”면서 “한국 기독교가 오래 동안 요구한 것을 정부가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천주교와 천도교의 경우 이들 종교가 어떻게 한국에 들어오고, 어떻게 발전했는가를 서술한 반면, 기독교는 기독교 자체는 언급하지 않고, 선교사들의 교육과 의료 활동만 소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여전히 역사학계가 한국 근대사에서 기독교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이번에 고등학교 한국사만이 아니라 중학교 역사도 새롭게 개편됐다.
중학교의 경우에는 집필기준에 한국사를 세계사와 연결시키고, 기독교가 미친 교육과 의료활동을 서술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집필기준과 달리 중학교 역사교과서에는 기독교가 근대사회에 미친 역할에 대해서 거의 언급이 되어 있지 않았다.
안양대학교 이은선 교수는 “한국의 전근대사가 불교와 유교를 통해서 대륙과 교류했다면 근현대사는 기독교를 통해서 세계와 교류했는데, 이같은 역사적 사실을 무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역사교과서의 또 다른 문제점은 용어의 혼란이다.
어떤 부분은 개신교라고 서술하고 있고, 또 다른 부분은 기독교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천도교, 천주교 등과 함께 기술할 때는 ‘개신교’로 썼고, 천주교와 개신교를 합쳐서 기술할 때는 '기독교'라고 기술했다.
“일제의 탄압에 맞서 종교계도 항일 운동을 전개하였다. 대종교는 만주에서 무장독립투쟁을 벌였다. 천도교, 기독교, 불교 등 종교계는 3․1운동에도 앞장섰다. 천도교는 대중의 사회의식을 각성시키기 위해 『개벽』, 『어린이』 등의 잡지를 발간하였다. 천주교와 개신교는 사회사업과 교육활동을 활발히 펼쳤고, 특히 개신교는 일제말 신사 참배 강요에 저항하여 일제의 탄압을 받았다.”(중학교 역사교과서(2)p.117, <종교계가 민족 운동에 참여하다>)
“민족주의 세력은 신간회를 계승할 새로운 민족 단체를 결성하고자 노력하는 한편 천도교와 기독교 등 종교계를 중심으로 농촌 사회의 희생을 위해 협동조합 중심의 농촌 운동을 전개하였다.”(고등학교 한국사,p.230 <1930년대 이후 국내 민족운동의 전개와 위축>)
“이런 상황에서 천도교계와 기독교계가 서로 연합하여 독립 만세 운동을 준비하였고”(고등학교 한국사,p.207. <3․1운동의 배경>)
한국 기독교는 오래 동안 공식적인 명칭에서 기독교라는 용어를 사용해 왔다. 한기총 등 기독교연합단체에서는 기독교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를 원하고 있다. 천주교와 구별하기 위해 개신교라고 표기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아쉬운 대목이다.
한편 역사교과서 집필진 가운데 김승욱 교수(중앙대 경제학과)와 김권정 연구원,유호열 박사 등 크리스천들이 집필진으로 참여한 것이 공개됐다.
국정화 교과서 반대 여론이 강한 상황에서 교육부가 어떻게 결정할지 주목된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