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종교계가 언급된 부분은 크게 ‘민족운동’과 ‘근대화 기여’ 두 부분이다. 중학교 역사 교과서는 3·1운동 이후 개신교가 펼친 민족운동을 설명한 부분에서 “천주교와 개신교는 사회사업과 교육 활동을 활발히 펼쳤고, 특히 개신교는 일제 말 신사 참배 강요에 저항하여 일제의 탄압을 받았다”(117쪽)고 기술했다. 다른 종교도 비슷한 비중으로 소개했다. 대종교를 가장 먼저 언급하며 “대종교는 만주에서 무장 독립 투쟁을 벌였다”고 적었고, 천도교에 대해선 “대중의 사회의식을 각성시키기 위해 ‘개벽’ ‘어린이’ 등의 잡지를 발간하였다”고 설명하며 자료사진까지 수록했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도 ‘종교계의 민족운동’ 챕터에 “개신교는 교육 운동과 각종 문화 사업에 앞장섰고, 일제가 신사 참배를 강요하자 이를 거부하는 운동을 전개했다”며 “이 과정에서 관련된 교회와 학교가 폐쇄되었고 주기철 등이 투옥되어 목숨을 잃었다”고 서술했다. 대종교 천도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에 대한 내용도 비슷한 비중으로 다뤘다.
개신교가 한국 근대화에 기여한 내용은 기존 교과서에 비해 다소 비중 있게 실렸다. 중학교 역사 교과서는 ‘조선에 불어온 근대화의 바람’ 챕터(79쪽)에서 서양 의료 기술이 도입되던 당시를 설명하며 알렌 선교사에 대해 한 줄 언급했다. 책은 ‘정부는 1885년 서양식 병원인 광혜원(이후 제중원)을 설립하고 개신교 선교사 알렌에게 진료를 맡겼다’고 적었다.
고등학교 한국사 ‘근대문물의 수용과 확산’(185쪽) 챕터에는 ‘교육·의료 분야에서의 선교사 활동’을 하나의 장(章)으로 따로 구분해서 다뤘다. 교과서는 “조선이 서양 국가와 조약을 맺으며 알렌, 언더우드, 아펜젤러 등 서양 선교사들이 조선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이들은 의료와 교육 분야에서 활동하며 근대 문물 수용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알렌 선교사가 최초의 근대식 병원인 광혜원을 세운 내용과 선교사들이 배재학당·숭실학교 등 사립학교를 세워 근대 교육을 실시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교계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국정 역사 교과서에 개신교의 전래와 발전 과정 부분이 빠진 것은 논란이 예상된다. 개신교보다 영향력과 교세가 적었는데도 발전 과정을 수록한 타 종교와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찬성했던 박명수 서울신대 교수는 “천주교나 동학에 대해선 조선 후기 종교 자체의 발전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만 개신교에 대한 설명은 제외됐다”며 “중학교 교과서의 경우 집필기준엔 기독교가 근대화에 미친 영향에 대해 서술토록 돼 있는데 그 내용도 빠졌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