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법원장 김동오)은 28일 에세이 심사위원단 4명(금덕희 부장판사, 박상준 판사, 김연주 판사, 류일건 판사) 및 초·중·고 부문 수상자 6명과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 초·중·고 에세이 경연대회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 대회는 대한민국 법원의 날(9월 13일)을 맞아 학생들에게 생활 속에서의 법원의 의미를 되새기고, 법원과 우리 생활이 얼마나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지를 고민하도록 함으로써 올바른 법문화를 전파하자는 취지로 추진된 것이다.
초등학생 경연주제는 ‘만약에 로봇이 재판을 한다면’ 또는 ‘억울한 상황과 법’, 중학생 경연주제는 ‘알파고의 등장과 미래의 법원의 모습’ 또는 ‘법은 있지만 법원이 없다면’, 고등학생 경연주제는 ‘알파고의 등장과 미래의 법원의 모습’ 또는 ‘여론과 재판’이었다.
응모작품은 총 23편이었다.
시상식에서는 고등학생 부문 최우수상 수상자인 인천송천고등학교 신재헌 학생과 초등·중학생 부문 최우수상 수상자인 연평중학교 노금구 학생이 자신이 쓴 에세이를 낭독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김동오 법원장은 격려사를 통해 “이번 대회 참가를 계기로 법원과 더욱 친숙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사람은 사람이 판단한다’라는 글을 쓴 노금구군(연평중학교 2학년)의 최우수상 작품이다.
“알파고는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컴퓨터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지난 이세돌과의 대국으로 세계 최고의 기사를 이긴 최초의 인공지능이었다. 또한 저장되지 않은 수를 인지하고 동시에 배움으로써 모두를 놀라게 하였다. 빠른 계산과 판단, 학습능력을 보여줌으로써 인류는 인공지능의 개발에 한층 더 나아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인공지능의 조상이 될 알파고의 등장과 함께 많은 질문들이 생겨났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공지능들이 사람과 유사할 것이므로, 과연 똑똑한 컴퓨터 프로그램들이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점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인공지능이 직업을 대체하거나 어려운 일을 해결하게 된다면 과연 어떤 세상이 올까?’하는 미래 사회를 준비할 수 있는 질문이 되었다. 인간이 아닌 프로그램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에 녹아들어 업무를 하는 세상은 어떠한 세상인가? 사람들에게 자유와 평등과 보호를 보장해주는 법에 인공지능이 도입된다면 어떻게 될까? 가령 법이 가장 큰 효력을 발휘하는 법원에 인공지능이 도입된다면 사람들은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법원은, 법률에 따라 사람들의 갈등, 소송, 범죄 등을 재판을 통해 판가름해주는 곳이다. 보통 법에 따라 판결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이런 것을 법치주의라고 한다. 하지만 재판마다 법을 완벽히 따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분위기, 혹은 재판인들의 인품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미국의 한 법원에서 내렸던 ‘배심원과 판사 모두 벌금형’과 같은 독특한 판결 등, 같은 사건에 대한 결과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때문에 재판은 판사와 재판인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렇게 시시각각 변하는 재판 상황을,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이 판단하게 된다면 어떨까? 나는 그에 대해 두 가지 경우를 예상해 본다.
첫 번째, 우리는 알파고의 등장으로 인한 인공지능의 ‘법원 도입’으로 인해 완벽한 법치주의를 실행시킬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의 논리로 인해 오로지 법에 의한 판결을 내릴 것이다. 인공지능의 빠른 검색과 전산 시스템에 의해 재판의 진행 시간은 급속도로 빨라진다. 형사 사건이 법원에 접수되면 사건 접수와 영장 발부 후, 재판을 접수받은 인공지능 판사는 ‘형법’이라는 빅 데이터에서 피고에게 알맞은 법 조항을 찾는다. 접수 며칠 후, 인공지능은 법원 내의 화면을 통해 피고와 원고에게 말한다. 화면으로 그들에게 적용된 법조항들은 어떤 것이고 무슨 내용인지 친절히 설명한 뒤, 철저한 계산과 논리를 이용해 ‘완벽한 판결’을 내린다. 여기서의 ’완벽함‘이란 법을 완벽히 적용했다는 것을 말한다. 재판을 거치게 되더라도, 인공지능은 사람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매우 딱딱한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더 이상의 ’법정모독죄‘는 없어진다. 놀랍게도 이 모든 업무가 단 몇 시간, 혹은 일주일 이내에 이루어진다. 또한 인간과 다르게 ’멀티태스킹‘이 가능하기 때문에 매우 많은 업무들을 동시에 처리할 것이다. 자동화와 빠른 업무처리로 인해 점점 법원에서 쓰이는 인력은 줄어들고, 극단적으로 보자면 ’법조계‘가 없어지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물론 그러한 확률은 낮겠지만 분명한 것은 법원이 매우 축소되고 간소화되며, 업무속도 향상과 ’완벽한 법치주의 완성‘이 구현되는 것이다.
두 번째, 사람들에게 희망적일 수 있다. 인공지능의 빠른 발전으로 인해 인간의 사고를 갖추게 되는 경우이다. 알파고의 등장 이후,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차세대 인공지능들은 삶과 유사한 사고 체계를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재판이 접수될 경우, 인공지능들은 법률 지식이 담긴 데이터베이스 내에서 피고와 원고에 대한 정보와 법 조항들을 신속히 찾아낸다. 여기까지는 첫 번째와 같은 상황이다. 하지만 재판을 거치게 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드러난다. 빅 데이터만을 참고했던 첫 번째의 인공지능과 달리, 인간의 사고를 갖춘 이 인공지능은 변호인과 검사 간의 논쟁을 참고하게 된다. 단점이 있다면 그 만큼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한편, 인간성과 지식력 모두 우수한 이 인공지능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결과를 내놓을 것이다. 사람이 일일이 재판하는 것보다 더 빠르고 인간적이며, 적절한 판결을 내릴 수 있다. 미래의 법원은 지금보다 향상되고, 사람들의 신뢰는 더욱 높아갈 것이다.
사실 이렇게 보자면 두 번째 예상이야말로 우리가 바라던 미래 법원의 모습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첫 번째 예상과 같은 상황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아직까지 인공지능의 원리는 큰 데이터에서 필요한 사항을 다양하게 조합하고, 새로운 것을 다시 저장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인간의 사고를 구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을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그런 시기가 오더라도 지금보다는 먼 미래일 것이다. 법원에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것에도 다양한 이점과 편리한 점이 많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법원의 간소화가 아마 가장 큰 이점일 것이다. 인간이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를 가진 인공지능들은 모든 업무를 빠르게 처리한다. 이는 법적절차, 경찰 조사, 재판, 처벌까지 모두 적용된다. 그에 대한 영향으로 법과 관련된 직종이 일부 사라지기 때문에 법원에 출석하는 사람들도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첫 번째의 상황이 법원의 모습이 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굳이 도입해야 할 필요성은 없다. 우리는 더 이상 인간적인 따뜻함을 보이는 명판결이나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는 재판은 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배심원, 혹은 ‘국민참여재판’ 등 우리가 애써 세워온 민주적인 법이나 제도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인공지능은 사람들이 예측할 수 없는 큰 문제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즉 공정성만이 답이 아닐 수 있다.
어디까지나 사람의 잘잘못을 가리고,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기계가 사람의 일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섣부른 면이 많다. 미국의 인공지능 법률정보 서비스 업체 또한 ‘인공지능이 판사를 대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대답하였다. 대법원의 심포지엄에 참가한 인공지능 연구자들도 기계가 객관적인 판단으로 판결을 하는 것보다, 인간만이 인간에 대한 최종적 판결을 내리는 것이 가장 가치 있다는 메시지를 보였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존중받아야 되고 인권을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감정과 성찰, 양심 등 가장 사람다운 본능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기계는 읽어낼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인공지능이 법원에 도입되는 미래의 모습을 지지하지 않는다. 알파고의 등장으로 인류가 인공지능 구현에 한층 다가섰다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것이 사람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인간에 가까워지더라도, 인간의 일을 판가름하는 것은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빠르고 공정성만을 중시하는 법원보다, 인간적이고 따뜻함을 보이는 법원이 훨씬 더 아름답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인천지법, 법원의 날 기념 에세이 경연대회 시상식 열려
입력 2016-11-28 1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