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가 무엇인지, 또 무엇이 돼야하는 지를 생각하게 만든 영화, 필 로빈슨 감독의 ‘꿈의 구장’ 이야기다. 해가 붉게 떨어지는 저녁 노을 무렵 아버지와 아들이 캐치볼을 한다. 이들은 서로가 하고픈 말이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고 아들은 아버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고 싶었다. ‘미안하다’는 말은 아들에겐 응어리였다. 속마음이었지만 아들은 끝내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 말을 하기 전에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저년 노을 속의 캐치볼은 실상 판타지였다. 어느 날 아버지의 환영이 나타난 것이다. ‘아버지!’ 어렵게 입을 뗀 아들은 퉁명하게 말한다 “캐치볼 할래요?”, “좋지”. 저녁 노을은 깊어지고 둘은 야구공을 주고 받는다. 던지고 받고. ‘툭’하고 아버지의 글러브에 떨어진 공은 ‘미안하다’는 고백이었고 ‘퍽’하고 아들의 글러브에 들어온 공은 ‘사랑한다’는 아버지의 말이었다.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한 아버지와 아들의 캐치볼 장면은 미국의 모든 남자를 울렸다. 아버지를, 또 아들을 떠올렸으리라!
‘아! 미국인에게 야구란 이런 거구나’. 꼭 야구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무엇일까? 세상 모든 아버지에게 아들을, 또 아들에겐 아버지를 떠올리게 할 수 있는 기억, 그 기억 속의 복받치는 감성에 우리 모두를 눈물짓게 할 수 있는 것은 그 무엇일까? 스포츠는 스포츠 그 이상이다. 프로야구 시즌 관중 900만 명을 바라보는 시대에 우리도 이젠 야구소프트볼을 통해 가족을 얘기하고 문화를 떠올리고 감성과 스토리를 끄집어내야 한다.
야구소프트볼협회장 선거에 나선 이유? 담고 싶었다. 야구소프트볼에 가족을 담고 싶고 문화를 담고 우리 시대를 추억으로 담고 싶어서이다. 꼭 선수를 하지 않아도 야구소프트를 즐길 순 없을까?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하는 야구소프트볼은 어떨까? 여성들에게 야구소프트볼의 문을 활짝 열어줄 순 없을까?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이기고 지는 경쟁뿐만이 아니라 야구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미래를 준비하게 할 수는 없을까? 야구소프트볼협회장이 돼야하는 이유다.
우선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 공감을 얻기 위해선 협회가 재정적으로 자립해 안정적인 기반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공정해야 한다. 재정적인 안정? 아마추어 스포츠의 현실을 감안하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야구후원클럽 재단법인 ‘109로 행복한 대한민국’을 공약했다. 만인의 만인을 위한 야구클럽이다. 야구를 사랑하는 분야별 전문가로 야구 후원클럽을 만들겠다는 개념이다. 후원금 109억 원이 목표다.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기에 자신 있는 공약이기도 하지만 더 큰 목적은 응원을 받기 위함이다. 야구를 중심으로 문화, 예술, 경제, 경영인들이 모인다면 아이디어가 샘솟지 않을까? 야구에 문화를 담고 가족을 담고 여성을 담을 수 있는 아이디어뿐만이 아니라 저변까지 넓힐 수 있으리라. 야구는 야구인들만의 것은 아니다. 국민 모두의 야구다. 그래서 협회는 개방돼야 하고 아이디어가 넘쳐야 한다. 협회는 선수, 지도자 위에 군림하는 곳이 아니라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또한 공정해야 한다. 불행했던 시간이 분명히 있었다. 야구소프트볼협회가 소수 몇 몇 분들에 장악되면서 갈등이 있었고 파벌이 있었다. 초중고 대학의 야구소프트볼 현장에서 과연 우리는 정정당당하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감독 코치들이 과연 지도와 훈련에만 신경쓸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협회는 선수, 지도자, 학부모 등 야구인 모두에게 개방돼야 한다. 불공정은 밀실, 담합, 비민주주의에서 싹튼다. 학부모코치위원회를 만들어 현장의 목소리를 담고 규정을 재정비해 부정과 부패에 대해선 엄격하게 맞서야 한다. 공모를 통해 전문성 있는 전문가를 영입해야 하고 외부기관의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야구소프트볼은 다르다. 야구소프트볼은 이제 야구소프트볼 경기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사회인 야구팀과 클럽야구팀이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하면 야구소프트볼은 국민스포츠로 자리잡았다. 새로운 패러다임, 스포츠를 뛰어넘은 그 무엇을 제시하며 앞서 가야 한다. 선수 출신들만의 협회고 선수 출신들만의 야구라고 생각한다면 야구소프트볼은 뒤져칠 수 밖에 없다. 11월 30일 야구소프트볼협회장 선거. 이계안이 선택받아야 하는 이유다.
이계안 2.1연구소 이사장
[기고] 야구소프트볼과 가족, 그리고 협회장
입력 2016-11-28 1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