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웨이’ 원작자 김병인 작가 “시나리오와 소설의 큰 차이, 기독교 가치관 담았어요”

입력 2016-11-28 13:11 수정 2016-11-28 13:18

김병인(44·그리스도의 대사들 교회) 작가가 자신의 계획과는 전혀 다른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대해 고백했다. 김 작가는 일신창업투자와 CJ 엔터테인먼트 해외영화사업본부 부장으로 일했다. 이후 영화 ‘마이웨이’의 원안인 ‘디데이’ 시나리오와 소설을 집필했다.

김 작가는 지난 1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투자 일을 막 시작할 때 아버지가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독일군복을 입은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며 “직감적으로 드라마틱하다는 것을 느꼈고 엄청난 여정 가운데 한국인뿐만 아니라 일본인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상상을 했다. 격동의 시간 속에 두 사람의 인간적인 여정을 그리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집필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영화 ‘마이웨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배경으로 두 남자의 엇갈린 운명과 우정을 그린 대작이다. 강제규 감독이 연출하고 한일 대표배우인 장동건과 오다기리죠가 주연을 맡아 2011년 12월 21일 개봉했다.

그는 “가벼운 마음으로 2000년 겨울에  시작했는데 개봉까지 11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스케일이 너무 커서 한국에서는 만들어질 수 없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영어 시나리오로도 집필을 해두었다”고 말했다.

“사실 저는 회사를 다니며 나중엔 사업을 해서 돈을 크게 벌자는 생각을 했었어요. 중고등학교 때 소설을 써서 아이들 보여주면 좋아했지만 재능이 아닌 잡기 정도로 생각했거든요. 근데 ‘디데이’를 쓰면서 하나님이 저에게 주신 재능이 이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지금은 덤덤하게 이야기하지만 시나리오를 쓰고 개봉하는 과정까지 마음 고생이 심했다. 2011년 10월 김병인 작가는 ‘마이웨이’에 대해 제작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법원에서 가처분신청을 기각하긴 했지만 김병인 작가와 ‘마이웨이’ 측의 갈등은 계속됐다. 김 작가는 그해 11월 10일 영화 원작 소설 ‘디데이’를 출간했다. 이에 ‘마이웨이’측은 표지 표절 의혹을 제기하며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강제규 감독이 연출자로 결정된 후에 시나리오가 원안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며 “10년 동안 공들여 쓴 작품이 그렇게 돼 무력감이 느껴졌고 그대로 손 놓고 있기에는 작품에 미안해서 기사회생이라도 시키고 싶어 소설을 썼다”고 했다.

“처음엔 왜 이런 일이 나에게 벌어졌을까 했는데 돌아보니 필요한 시련이었더라고요. 전에는 좋게 이야기하면 자신감 넘치지만 교만한 스타일이었던 것 같아요. 아마 제가 쓴 작품이 대박이 났으면 더 교만했을 듯 해요. 이런 시련이 있어서 더욱 기도하며 하나님께 매달렸던 것 같아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고 저의 마음도 낮아졌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 성령님도 만나고 인격적 변화가 시작됐어요.”

김 작가는 시나리오를 집필할 때와 다르게 새벽기도를 하며 겸손히 소설을 써내려갔다. 서울 온누리교회 새벽예배를 드리고 교회 내 도서관에서 글을 쓰기 시작해 저녁에 퇴근했다. 이런 일과가 5개월 동안 반복돼 소설이 출간됐다. 고단한 여정이 아니었을까.

“굉장히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신나게 썼습니다. 다만 소설은 시나리오와 다르게 저의 기독교적인 철학이 담겨 있어요. 믿음 소망 사랑에 대한 말씀을 인물에 담았어요. 한국인은 올림픽 선수가 되어서 나라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소망, 일본은 제국에 대한 믿음, 믿음과 소망을 상징하는 두 인물이 전쟁에 나갔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이 다 꺾였어요. 하지만 둘 사이의 우정이 생깁니다. 결국 그게 사랑이잖아요. 국경과 세대를 초월한 사랑. 모든 것의 제일 으뜸인 사랑을 담으려고 했어요.”

김 작가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성경을 드라마로 펼쳐내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었다. “부분 부분은 드라마나 영화로 소개됐지만 성경의 전부를 드라마로 펼쳐낸 것은 없더라고요. 언젠가는 꼭 드라마로 풀어내고 싶습니다.”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

[관련기사/많이 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