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도 하기 전에 국민일보는 특종을 했습니다. 28년 전 11월 26일. 백담사에 유배 중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순자씨를 카메라에 담았죠. 이씨는 손주를 업고 포대기로 감싼 채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 경내를 서성였습니다.
초췌하기 짝이 없었던 이씨의 사진은 군홧발로 국민을 짓밟은 정권의 비참한 말로를 상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국민일보는 ‘민(民)을 거스르면 민(民)이 버린다’는 제목과 함께 특보 200만부를 찍어 서울시내에 뿌렸습니다.
그 후 28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난 주말(11월26일).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5차 집회가 전국에서 열렸습니다. 190만명이 구름처럼 모여들었습니다.
지난 4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자리를 뜬 박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등을 돌린 듯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했습니다. 성난 시민들은 거리에서 촛불을 밝히며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1분 소등 운동을 벌이기도 했죠.
순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이 마비된 현주소를 보여주듯 주변은 암흑천지로 변했습니다. 박 대통령 그렇게 분노의 촛불에 고립됐습니다. 국민일보는 박 대통령의 현재 모습을 28일 월요일자 신문에 담아 청와대에 배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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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