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 “전혀 몰랐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김 전 실장은 “비서실장 하면서 그 사람이 여러 가지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며 “그런 점에서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심지어 “모르는 것이 무능하다고 하면 할 수 없지만, 실제로 몰랐다”고도 했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김 전 실장 소개로 최순실씨를 만났다”고 했을 때도 김 전 실장은 “그렇게 진술했다면 정말 허위진술”이라며 “최씨를 알아야 소개를 하지 모르는데 어떻게 소개를 하느냐”고 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의 “전혀 몰랐다”는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김종 전 차관의 진술에 이어 27일에는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진술도 공개됐다. 차 전 단장의 변호를 맡은 김종민 변호사는 “2014년 4월~5월께 최순실씨가 여러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차 전 단장은 (최순실씨의 얘기를) 믿을 수가 없었던 것 같다”며 “어느 날 최씨가 (차 전 단장에게) 어디를 가보라고 해서 갔더니 김기춘 전 비서실장 공관이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차 전 단장은 그곳에서 김 전 비서실장과 약 10분 정도 면담을 가졌다”며 “그 자리에는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과 당시 정성근 문체부 장관 내정자도 와 있었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이 그동안 언론에게 했던 얘기가 모두 뒤집어지는 증언이다. 김 전 실장의 얘기가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결국 검찰 조사를 통해 가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