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공개되는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민국 수립일이 헌법 전문에 기술된 1919년 3월1일이 아닌 1948년 8월15일로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 시점으로 보는 것은 1919년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부정하고 과거 친일 반민족행위자들에게 면죄부를 줘 친일 행적을 희석시키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27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국정교과서 사전설명회'를 열고 기존 검정교과서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수립' 표현을 '대한민국 수립', '북한 정권 수립'으로 바꾸어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250쪽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확고히 한다는 취지다.
박성민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은 "대한민국은 1910년 국권피탈 이후 1919년 3.1운동을 비롯한 우리 민족의 독립과 건국을 위한 모든 노력이 광복을 거쳐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구성됨으로써 완성됐다"고 말했다.
박 부단장은 "오랜 각고의 노력 끝에 대한민국이 완성됐음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표현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대한민국의 긍지를 일깨워주겠다"고 주장했다. 1948년 8월15일을 단순한 정부 수립일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국가 탄생일로 봐야 한다는 보수 세력의 주장을 국정 교과서에 반영한 것이다.
진보세력들은 주요 목표가 '광복'이었고 대일본 전쟁을 펼쳐온 임시정부가 세워진 1919년이 아닌,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의 해로 인정하면 친일파들이 국가를 배신했다는 논리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독립운동가와 후손, 유족들로 구성된 광복회는 "1948년을 국가 수립 시점으로 보면 친일 반민족행위자들에게 면죄부를 줘 친일행적을 지우는 구실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친일파 후손들이 선조들의 친일행적을 가리고 독립운동을 폄훼하기 위한 시도라는 목소리도 있다.
1948년 대한민국이 수립됐다고 보면 1948년 이전에는 국가가 없었다는 얘기가 되고 독립운동가들이 존재하지 않았던 대한민국을 위해 싸웠던 독립운동은 그 가치가 퇴색된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친일파 면죄부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사전설명회에서 "1919년부터 1948년까지 이어져온 국민의 활동이 바로 건국 활동이었고 1948년에 이를 완성했다"며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의 해로 기술한 것이) 독립운동을 폄훼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 부총리는 "28일 공개되는 현장검토본에는 대한민국 역사의 정통성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