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스캔들이 눈덩이처럼 갈수록 커지면서 한국 정부가 마비상태에 빠져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군사독재자의 딸로서 대통령 궁의 새 장 속에서 가까운 친구도 거의 없이 자라난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한 명의 친구 관계로 자신의 대통령 직을 위기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WSJ은 박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으면서 9살에 청와대에 들어가 겉으로는 공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감옥에 수감된 것과 다름없는 성장기를 보냈으며, 1974년 프랑스에서 잠시 유학생활을 했을 당시에도 친교활동을 일주일에 한 번으로 제한 당했고, 그나마도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문세광이 쏜 총탄에 맞아 사망하자 급거 귀국해 22살 나이에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와중에 최태민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접근해 신뢰를 얻었다는 것이다. WSJ는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지난 2007년 7월 20일자 주한 미국대사관의 전문에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성장기에 몸과 정신을 최태민에 완전히 조종 당했다는 소문이 있다"고 기술돼있었던 사실도 지적했다.
특히 WSJ은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최우선 안보 과제로 북한의 핵위협을 간주하고 있는 이 때에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의 정부가 점증하는 정치 스캔들 드라마로 인해 마비 상태에 빠져 있다고 우려했다.
WSJ은 박대통령이 설사 탄핵을 모면한다해도 권위가 추락하면서 미국에 리스크(위험)를 안겨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한국에 2만8500명의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으며, 호전적인 북한의 위험을 관리하는데 있어 동맹국 한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러면서 필리핀과 말레이시아가 중국 쪽에 기울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야권은 사드(THADD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계획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미국과 거리를 두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박대통령의 현재 지지율이 4%라면서,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은 탄핵 당하기 약 1년 전지지율이 그래도 8%였다고 지적했다. 각종 부패 스캔들에 시달렸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정권 말기에 지지율이 30%였고,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 역시 1974년 사퇴 당시 지지율이 24%였으며,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1980년 이란 주재 미국대사관 인질사태 때에도 지지율이 31%였다고 지적했다. 또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1992년 경제난 와중에 지지율이 29%였다고 WSJ은 덧붙였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