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경지 오른 촛불집회… 경찰도 호응한 ‘꽃 스티커’

입력 2016-11-26 23:16

민심은 들끓었지만 시민은 침착했다. 광장과 거리로 나간 시민들은 질서정연하게 움직였고, 인파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를 자발적으로 청소했다. 시민과 경찰 사이에서 대치는 있었지만 폭력사태는 없었다. 경찰 버스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꽃 스티커’가 붙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요구한 제5차 촛불집회가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열렸다. 집회 주최 측은 오후 9시40분을 기준으로 서울에서 150만명, 전국적으로 190만명이 촛불집회에 참여했다고 추산했다.

 많은 인파가 모였지만 집회는 질서 있고 평화롭게 진행됐다. 경찰은 종종 “정해진 행진로를 지켜 달라”고 안내할 뿐 집회 참가자들을 자극하거나 공격적으로 저지하지 않았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런 경찰에 꽃 스티커로 화답했다.



 꽃 스티커는 화가 이강훈 작가가 저항과 평화의 의미를 담아 경찰 버스 외벽을 꽃으로 채우자는 아이디어로 제작됐다. 지난 19일 제4차 촛불집회 때 처음 등장했다. 예술 클라우드펀딩사 세븐픽쳐스를 통해 제작비가 모아졌고, 집회 현장에서 무료로 배포됐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을 때리기보다 꽃을 붙여 주니 우리 입장에선 훨씬 낫다”고 호응했다. 하지만 “어떻게 뗄지 걱정돼 떨어지는 것만 떼고 있다”는 고민도 말했다. 이에 세븐픽쳐스는 잘 떼어지는 스티커를 제작해 경찰관들의 부담을 덜었다.

 꽃 스티커가 붙은 경찰 버스는 알록달록한 색상으로 집회 현장의 분위기를 띄웠다. 집회를 문화제로 규정한 명칭 그대로 예술의 경지였다. 시민들은 꽃 스티커를 경찰 버스 외벽에 붙이고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일부 경찰관들은 시민들의 요청에 사진을 찍어 주면서 질서와 평화에 화답했다.

김철오 기자, 사진=서영희 이병주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