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비가 안온답니다…광주 금남로에 4만명의 촛불

입력 2016-11-26 20:16 수정 2016-11-26 22:50
“서울은 다행히 비가 안 온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더니...“
26일 밤 7시쯤 ‘5차 박근혜퇴진 광주시촛불대회’가 열린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앞 5·18민주광장에서 마주친 70대 촌로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박근혜 체포’라는 팻말을 손에 든 그는 “광주에는 비가 오지만 광화문에는 비가 오지 않는다니 안심이 된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두려워해야 한다”고 했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찬바람이 귓전을 때리는 궂은 날씨지만 우산 속에서 촛불을 받쳐 든 행렬은 늘어만 갔다.
주최 측에서 나눠준 비닐 우비를 입은 시민과 대학생들은 목이 터져라 “박근혜를 체포하라” “박근혜를 구속하라” “박근혜를 처벌하라”고 외쳤다.

‘국정농단 헌정파괴 박근혜 퇴진 광주운동본부'주최로 개최된 이날 대회에는 주최측 추산 4만명, 경찰추산 1만5000여명이 참석했다. 민주광장과 금남로 4가 구간 500여m의 교통이 통제된 가운데 열린 이날 5차 대회는 삼촌밴드와 우물안개구리, 김과리, 더티라콘 등이 출연한 문화난장 ‘하야하락(ROCK)’ 등의 사전행사로 분위기가 서서히 고조됐다.
주최 측은 지난 12일 촛불대회에서 시민들로부터 모금한 투쟁기금으로 금남로 5~6곳에 대형 영상과 스피커를 설치해 참석자들이 중앙무대에 가까이 가지 않고도 공연과 자유발언 등을 잘 보고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묵념과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이은 대회사에서 장형규 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우리 국민은 정치를 이미 앞서가고 있다. 더 이상 우리의 주권을 기성 정치권에만 맡기지 않을 것”이라며 “촛불에서 횃불로 끓고 있는 2016년의 범국민적 항쟁은 직접 민주주의 실현의 새로운 여정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담양에서 촛불대회에 참석한 윤영민(49)씨는 “답답한 마음에 아내와 함께 처음 촛불을 켜들었다”며 “대통령이 버티는 것을 보면 울분이 치민다”고 말했다.
촛불대회는 12일 대회와 마찬가지로 시민과 학생, 각 기관·단체, 변호사(민변), 민주노총 관계자 등의 자유발언과 문화공연으로 다채롭게 꾸며졌다.
연단에 오른 자유발언자들은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공소장에 대해 날선 비판을 했다.

우비를 입고 깔판에 앉은 참석자들은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우리가 주인이다’ ‘박근혜 체포’라고 적힌 20여m 길이의 대형 현수막을 펼치는 퍼포먼스에 적극 동참했다.
전남대 역사교육학과 출신의 현직 역사 교사들과 재학생 등 100여명은 이날 국정교과서 폐기 등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2시간30여분의 촛불대회를 마친 시민과 학생들은 금남로 4가에서 광주천변로와 대인교차로 2개 구간으로 나눠 촛불 대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앞서 이날 오후 4시에는 ‘1318청소년 희망’이 금남공원에서 고등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광주청소년시국대회를 개최했다. 박근혜 하야 풍물단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앞에서 합동공연을 벌였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