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박근혜 개인 팬클럽… 박사모 “너무 강렬한 첫사랑”

입력 2016-11-26 15:45 수정 2016-11-26 15:52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가 박근혜 대통령을 ‘강렬한 첫사랑’으로 묘사하며 결사항전을 예고했다.

 박사모의 정광용 회장은 지난 25일 오전 0시56분 회원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에 ‘결전을 앞두고 忠臣不事二君(충신불사이군)’이라는 비장한 제목으로 박근혜 대통령 퇴진 반대 입장을 적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모이는 제5차 촛불집회를 앞두고 박사모의 결집과 결사항전을 다짐하기 올린 글로 보인다.

 정광용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계기와 박사모 회원들이 모인 과정,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마음과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이 글에 적었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 애정도 드러냈다. 정광용 회장은 “누가 시키지 않았고, 자신의 돈과 시간을 들여 사랑했으니 우리에게는 너무나 강렬한 첫사랑”이라고 했다.

 또 “忠臣不事二君 貞女不更二夫 向主一片丹心 寧有改理與之(충신불사이군 정녀불경이부 향주일편단심 영유개리여지·사내로 태어나 한 주군을 사랑했으니 두 주군을 사랑할 생각이 없다. 한 조각 붉은 마음 변하지 않으니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강한 신뢰와 애정을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중심으로 불거진 여러 의혹들도 부인했다. 정광용 회장은 “단 돈 1원도 먹지 않은 대통령을 어떤 죄목으로 탄핵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인터넷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입장, 혐의 입증과는 별개로 “국가보다 박근혜 대통령 개인의 안위만 생각하느냐”는 지적이 빗발쳤다.

 SNS에는 “박사모가 이번 글로 ‘박근혜 대통령 개인 팬클럽’을 인증한 셈”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를 비판 없이 비호만 하는 일부 팬클럽 회원들과 다를 것이 없다”는 비판이 꼬리를 물었다.

 박사모와 보수단체 회원들은 지난 주말과 마찬가지로 이날 대구 서문시장에 모여 박근혜 대통령 퇴진 반대 입장을 외쳤다.

◇박사모 카페 공지 <[결전을 앞두고] 忠臣不事二君> 전문

2004년 3월 30일 밤 10시 30분. 사내로 태어나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보통 사람으로 살다가 노무현의 불의에 분노하여 개인적으로 전혀 인연이 없었던 정치인을 사랑했다.

수 많은 '내'가 박사모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었다. 그 많은 '나' 역시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보통 사람으로 살다가 태어나 처음으로 데모라는 것까지 참여하게 되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자기 돈과 시간을 들여 사랑했으니 적어도 정치인을 사랑함에 우리에게는 너무나 강렬한 첫사랑이었다.

그럴 가치가 있었다. 온갖 추악한 거짓이 난무하는 데도 밝혀진 진실 하나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단 돈 1원도 먹지 않은 대통령이었다는 것. 물론 주변을 너무 믿었던 지나친 순진함은 있었으나 신이 아닌 사람인 이상 어찌할 수 없는 그것이 어찌 탄핵까지 가야하는 중죄라는 말인가.

죄 지은 자 벌 받아야 하지만, 죄 짓지 않은 자까지 벌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가 적어도 법치국가인 한, 우리나라가 헌법국가인 한, 대통령 직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의 중죄가 아닌 한, 그것이 어찌 탄핵까지 가야 하는 중죄라는 말인가.

내 정치적 첫사랑은 그럴 가치가 있었다. 지금까지 떠돌던 수 많은 거짓 중, 사실로 밝혀진 것이 몇 개나 되나. 전부 거짓 아니었나. 어떻게든 엮어보려고 저렇게 난리지만, 엮인 것이 몇 개나 되나.

세월호 7시간... 처음에는 정윤회와 뒹굴었다고 입에 거품을 물던 자들이, 최순실이 등장하자 어느새 말을 바꾸고 위 내시경 할 때 마취제까지 거부했던 분에게 뽕쟁이, 주사쟁이로 만들어버리는 세상에서 내 첫사랑은 그럴 가치가 있었다.

이제 탄핵이 남았다. 우리가 법대로 하라 했으니, 법대로 해보라. 단 돈 1원도 먹지 않은 대통령을 어떤 죄목으로 탄핵할 것이냐. 이 거짓의 세상에서 우리 앞에 놓인 것은 오직 고난 뿐이라는 것은 나도 안다. 그러나 피하지 않을 것이니, 내 비록 범부이나 가야 할 길은 안다.

忠臣不事二君 貞女不更二夫 사내로 태어나 한 주군을 사랑했으니, 두 주군을 사랑할 생각 없다.

向主一片丹心 寧有改理與之 한 조각 붉은 마음 변하지 않으니, 누구도 막을 수 없다.

Anger is a traveling companion of courage on the road to justice and truth. 정의와 진실의 편에 서서 배신과 불의와 거짓에 분노함에 두려울 것도 없다.

이제 두 걸음... 대구 서문시장을 시작으로 박사모. 우리에게 주어진 길을 거침없이 가자.

2016.11.25 대한민국 박사모 중앙회장 정광용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