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가입 협상이 중단되면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난민이 유입될 수 있도록 문을 개방하겠다고 경고했다. EU 의회에서 터키와 협상을 잠정 중단하겠다는 결정을 내린지 하루 만이다. EU는 터키 정부가 인권을 탄압하고 사형제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유로 중단 결정을 내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은 이날 이스탄불에서 열린 ‘여성과 민주주의 협회’ 연설에서 “선을 더 넘는다면 유럽으로 통하는 문을 열겠다. 나와 국민들은 협박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U 의회 의결이 회원국에 구속력이 없다는 점을 겨냥한 발언이다. 또 “우리가 난민 300~350만명을 먹여 살리고 있다”며 “(EU가) 약속을 어겼다”고 비판했다.
터키는 EU 가입을 1987년부터 추진했다. 협상은 장기간 난항을 겪었다. 지난 3월에는 유럽으로 유입되는 난민을 차단해주는 조건으로 EU 협상을 가속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 7월 쿠데타가 발생하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EU와 자주 갈등을 빚었다. 에르도안이 EU의 경고에 맞불을 놓으면서 양측 사이 긴장은 증폭되고 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