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진의 사모 it수다] 월화수목금금금…

입력 2016-11-25 17:28 수정 2016-11-26 09:16
사모는 교회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지내야 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과거에는 남편의 목회 현장을 돕는 자리에 머물렀으나 사모가 직장을 갖는 건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해도 사모의 직장 생활에 대해서는 여전히 호불호가 갈린다. 사모가 직장 생활을 하면 성도 개개인을 돌볼 여유와 관심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남편의 목회를 돕기 어렵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모들이 직장에 나가는 것은 섬기고 있는 교회의 여건과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부교역자 사모의 경우 남편과 함께 섬기고 있는 교회 담임 목사님과 사모님의 의견이 큰 영향을 미친다.

어떤 사모들은 수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거나 힘들게 얻은 직장을 포기한다. 사모가 직장에 다닌다는 이유로 남편이 교회 면접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시선들 탓에 비밀리에 프리랜서나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부교역자 사모들이 적지 않다.

어렵사리 직장에 다닐 수 있게 돼도 생활이 쉽지 않다. 직장에서 그리스도인으로 구별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은 성도나 사모 모두 마찬가지지만 사모들은 직장에서 정체성이 밝혀지는 순간 말과 행동에 더 많은 책임이 따른다. 자연스레 높은 도덕적 잣대를 스스로에게 들이댈 수밖에 없다.

사모들이 가입돼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교회 사역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다양한 사연이 올라온다. 이들에게 술이 빠질 수 없는 회식자리는 늘 고민이다. 게다가 예배가 있는 수요일, 금요일에 회식이 잡히면 도중에 빠져나와야 하는 탓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직장인에게 토요일은 꿀맛같은 휴일이지만 사모는 다르다. 공동체 모임과 교제, 심방이 있고 주일에도 식당봉사, 주일학교 교사 등 맡겨진 사역을 감당하고 나면 탈진 상태가 된다.

행여나 남편이 아프기라도 하면 내 탓인 것 같은 죄책감, 여기에 성도들의 따가운 시선은 옵션이다. 남편이 쉬는 월요일에 함께 오붓하게 쉬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한 사모는 “매주 월화수목금금금이다. 주일 사역이 끝나면 또 월요일이다. 너무 힘들어서 주일 저녁에 베개가 다 젖도록 펑펑 울었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사모들은 교회와 직장에서 청지기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모들은 직장 동료들과의 교제를 통해 전도하기에 힘쓰는 한편, 그리스도인으로서 직장에서 겪는 성도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공감해주며 좋은 상담자의 역할을 감당하기도 한다.

사모들은 가정과 목회 현장에서는 기쁨으로, 그리고 일터에서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균형 있게 잘 감당할수 있도록 기도하며 노력해야 한다. 또 직장을 다닌다는 이유로 교회 일에 방관자가 되어선 안 된다. 늘 남편의 사역에 관심을 갖고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성도들도 사모들의 직장 생활을 교회 밖 사역의 영역으로 바라봐 줄 수 있는 유연한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녀들도 사모이기 전에 하나님께 각각의 은사와 달란트를 부여받은 귀한 자녀가 아닌가.

주변에 직장 다니는 사모가 있다면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 보는 건 어떨까? 당신의 격려에 사모는 하나님 앞에 더욱 엎드려 기도하게 될 것이다.

박효진 온라인뉴스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