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 두산 베어스 시절엔 괜찮은 사람이었다는데…“권력이 괴물로 만들었다”

입력 2016-11-25 15:11 수정 2016-11-25 16:02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지난 2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윤성호 기자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공직에 임명되기 전에 프로야구 구단 프런트와 체육학과 교수 등을 지낸 특이한 이력이 있다.

25일 체육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그 시절 김 전 차관은 맡은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고, 대인관계도 아주 좋았다. 하지만 차관이 된 이후 사람이 돌변했다고 입을 모은다.

김 전 차관은 미국 뉴멕시코대에서 스포츠경영학 박사가 된 뒤 1991년부터 94년까지 약 3년 동안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에서 기획 홍보팀 과장으로 일했다. 

그와 한 동안 함께 일했던 두산 관계자는 “김 전 차관은 아이디어가 아주 뛰어났던 사람이었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상당히 좋았다”고 회고했다. 실제 김 전 차관은 프로야구 팀에서 처음으로 관객 수요조사를 했고, 이 결과를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했다. 당시 관중이 어떤 교통 수단을 통해 경기장을 찾아오는 지 등도 설문조사를 해 마케팅 팀에 전달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동료들과 기자들 사이에서 김 과장이라는 직책 대신 ‘김박’(김 박사의 줄임말)으로 불렸다.

이후 김 전 차관은 지인의 도움으로 수원대 사회체육학부 부교수로 자리를 옮겼고, 2005년부터는 모교인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로 활동했다.

교수가 된 후에도 모든 일에 열정적이었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원만했다고 한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스포츠 관련 토론회나 학회가 있으면 만사를 제쳐두고 올 정도로 스포츠 발전을 위해 무척 노력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차관에 임명됐을 때는 스포츠 발전을 위해 의지를 다졌다고도 한다. 그는 차관에 임명된 직후 “언젠가는 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올 줄 몰랐다. 열심히 하겠다”고 주변에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차관이 된 후 사람이 변했다고 한다. 안하무인에 상대를 무시하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체육계 관계자는 “이전에 그러지 않았는데 차관이 된 후 사람을 낮게 깔아보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최근 그를 만나본 체육계 인사들은 하나같이 “김 전 차관은 진중해 보이지가 않는다. 모사꾼 같은 느낌이 든다”고 혀를 끌끌 찼다.

두산에서 코치를 했던 한 체육계 인사는 “이전 내 기억속에 김 전 차관은 정말 괜찮은 사람이었다. 이렇게 사람이 변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는다”며 “권력이 김 전 차관을 괴물로 만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