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당 "누리과정 예산 확보시 법인세 인상 유보" 승부수

입력 2016-11-24 21:00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원내정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예산안에 누리과정 예산이 정식 편성된다면 법인세·소득세 인상안을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야는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 2일)을 앞두고 예산안 조율에 본격 착수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24일 국민일보와 만나 “누리과정 예산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며 “누리과정 예산이 안정적으로 확보된다면 올해 예산부수법안에 법인세와 소득세를 지정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누리과정 예산 확보를 보장한다면 법인세 인상과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 등을 골자로 한 세법 개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우 원내대표는 “법인세 인상의 취지가 누리과정 등 민생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세원 마련 차원이지 대기업에 보복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예산안 심사의 우선순위는 누리과정 예산을 국고로 확보하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윤호중 정책위의장도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수년간 재론의 여지가 없도록 해결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전략적 양보’는 탄핵소추안 의결 시한(다음 달 9일)을 못 박은 상황에서 예산안 부수법안 지정을 놓고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와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들은 친박(친박근혜)·비박 구분 없이 법인세·소득세 인상에 굉장히 부정적”이라고 부연했다. 탄핵안 의결을 위해 최소 29표의 ‘새누리당 이탈표’가 필요하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탄핵이 최우선인데 여야 충돌 소지가 있는 사안은 최대한 줄여보자는 기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 원내대표는 ‘누리과정 예산 확보’와 ‘올해 예산안 심사에 한해서’라는 조건을 달았다. 민주당이 일관되게 주장해 온 법인세 인상 방침을 완전히 철회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여당이 누리과정 예산의 국비 지원을 보장하지 못할 경우 야당은 민주당 출신인 정세균 국회의장을 통해 세법 개정안의 예산부수법안 지정을 강행할 예정이다. 정 의장은 이날 새누리당 김광림·더불어민주당 윤호중·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과의 회동에서 “만약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할 수 없이 헌법이나 법률, 그간 확립된 관행 양식에 따라 처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9월 어려운 경제 여건을 고려해 역대 최대 규모인 400조7000억원의 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달 26~28일 진행된 예산안 종합정책질의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청문회 격으로 비화되면서 기한 내 처리가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후 예산안조정소위가 감액심사를 대부분 마치고 지난 22일 증액심사에 들어가는 등 예산안 심사는 현재까지 파행 없이 순항해 왔다.

정건희 백상진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