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을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근로기준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했다. 헌재는 근로기준법을 고치기보다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관한 새로운 입법으로 캐디의 고용을 보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24일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사건에서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각하를 결정했다. 이 조항은 ‘근로자’의 개념을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앞서 2013년 11월 골프장에서 해고된 A씨 등이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지만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캐디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 등은 대전지법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정신청마저 기각되자 지난해 12월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캐디를 1980년대 중반부터 우리 사회에 확대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봤다. 헌재는 “캐디와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하는 것은 이들에게 근로기준법이 전면적으로 허용됨을 의미한다”며 “그러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지위, 노무제공의 방법, 성격 및 사업주에 대한 경제적 종속의 정도는 매우 다양해 이들에게 근로기준법이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이 사건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이 “노무환경에서 근로기준법과 같은 정도의 보호를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입법을 해 달라”고 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의 문제성 여부를 다투는 것부터가 부적법하다고 헌재는 결론지었다. 김이수 재판관만이 “본안 판단에 나아가야 한다”며 반대의견을 폈다.
다수 재판관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숫자가 늘어가고 있고, 이들에 대한 보호 미흡이 사회적 문제로 이어진다는 데에는 공감했다. 사업주가 이들에 대해 형식적인 도급·위임 계약 등으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회피하는 사례가 빈번하고, 그 수법도 점점 교묘해진다고 헌재는 지적했다. 다만 헌재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에 대해서는 이들의 고유 특성을 고려한 별도의 특별법 보호가 필요하다”며 기존 법의 위헌여부 판단이 아니라 새로운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골프장 캐디는 근로자 아니라는 근로기준법 합헌… 헌재 “새 입법으로 해결해야”
입력 2016-11-24 1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