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지난 23일 JTBC 예능프로그램 '말하는대로'에는 베스트셀러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이자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 강원국 씨가 출연했다. ‘말하는대로’ 프로그램은 자기만의 철학을 가진 사람들이 거리에서 “말”로 하는 버스킹(거리공연)이다.
이날 강 전 비서관은 "김대중 대통령 때 3년간 연설문 담당 행정관이었고, 노무현 대통령 때는 연설비서관이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에 MC유희열이 "대통령과 일을 같이 한다는 게 정말 상상이 안간다"고 말하자, 강 씨는 “평범한 회사 들어갔는데 김우중 회장이 전경련 회장이 됐다. 거기서 글을 쓰다가 청와대에서 연락을 받았다”며 “면접 볼 때 한 마디 물어보더라. 아픈데 없냐고 묻길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됐다. 또 가까운 친인척 중에 파렴치범만 없으면 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하가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성향이 다를 것 같다"고 묻자, 강씨는 "김대중 대통령은 자필로 다 꼼꼼히 고쳐줬다. 도저히 못 고칠 정도면 육성으로 녹음한 카세트 테이프를 줬다. 우리는 '폭탄'이라 했다. 거의 사약 받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 그는 "같이 앉아서 고치며 계속 토론했다“며 ”노무현 대통령 한테 5년 내내 혼났다. 혼낼 때면 늘 '이 시간도 가겠지'하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또한 “연설 비서관은 청와대 3D 직종이다. 매일 골방에 앉아서 글만 쓴다. 계속 대통령한테 혼나는 직업”이라며 “그런 일상이 계속 돼 과민성 대장 증세가 심해졌다. 대통령 말씀이 길어질 것 같으면 배가 아파왔다. 실제 대통령께서 구술 해주는데 두 번이나 화장실에 갔다. 화장실 다녀올 동안 (대통령은) 계속 혼자 기다려야 하는데 그게 얼마나 큰 결례냐"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이어 강씨는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 갈 때 육로로 갔다. 차를 세우면 대통령도 같이 서야 되는 거다. 그 모습을 위성으로 미국이나 전 세계에서 다 볼 수 있다. 북녘 지역에 가서 차가 섰다면 이건 변고가 있는 거다. 미국이 바로 개입해야 되는 수준이다. 근데 그 이유가 설사 때문이라고 하면 안 되니까 그 전에 밥을 안 먹고 관장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강씨는 현 시국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연설문은 대통령 본인의 말과 글이기 때문에 좋다고 대충 끝낼 수가 없다. 본인이 끝까지 고쳐야 하는 거다. 혼나는 과정에서 많이 배웠다. (대통령이) 혼내는 게 가르치는 거였다"며 "리더는 자기 생각이 있어야 한다. 그 생각을 누구한테 빌려오면 안 되고, 생각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리더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