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실이 조용해졌다”…임산부 94% 무통분만 희망

입력 2016-11-24 11:01
산부인과 분만실 풍속도가 바뀌었다. 비명이 난무하던 드라마 속 출산 장면은 옛날얘기가 된 지 오래 전이다.

경막외 진통(이하 무통분만)이 보편화되면서 나타난 풍속도다. 그 결과 임신부에게 두려움의 상징과도 같았던 분만실 풍경은 요즘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제일병원은 최근 ‘2015 한 해 동안 무통분만 시행건수’를 집계한 결과 임신 37주 이상 단계에서 자연분만을 시도한 초산모 1550명 중 1450명(94%)가 무통분만을 시행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24일 밝혔다.

지난 2003년도만 해도 이 병원의 무통분만 시행률은 3.8%에 불과했했었다. 결국 10여년 만에 무통분만을 시도하는 임산부가 폭발적을 늘었다는 뜻이다.

무통분만이란 허리 부분의 척추 속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막인 경막의 외강(바깥쪽 공간)에 낮은 농도의 국소 마취제를 주사하여 감각신경만 차단시키고 운동신경은 살려 감소된 분만 진통하에서 자연분만이 가능하도록 한 진통법이다.

일반적으로 시술부위의 감염, 출혈 경향, 심한 저혈량 등이 있는 경우 시술 전에 반드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와의 상담과 진찰을 통해 시행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무통분만을 원할 시 해당 병원에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윤희조 제일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통증을 10점으로 규정했을 때 임산부가 느끼는 통증은 무통 분만 시술 전 약 8점에서 무통 분만 시술 20분 후 2점 정도로 급감하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며 무통분만 증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안현경 제일병원 주산기과 교수는 “최근 해외연구 결과에 따르면 분만 진통을 경감시키면 출산 후 나타날 수 있는 산후 우울증 위험도도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임산부들은 불필요한 고통을 굳이 감수할 필요 없이 편안한 출산을 위해 무통분만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