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 바로아래 페인트 존에 자리만 잘 잡고 있으면 된다. 가드 김태술(32·서울 삼성 썬더스)이 근사한 패스로 밥숟가락을 입에 가져다줄테니 말이다. 이쯤 되면 그의 패스를 ‘마법’이라 불러도 되겠다.
김태술의 패스가 또 통했다. 올 시즌 자신의 한 경기 최다인 12어시스트로 삼성의 10번째 승리를 이끌었다. 삼성의 주득점원인 리카르도 라틀리프(28점), 마이클 크레익(16점), 문태영(17점) 등은 이번 시즌 새로 합류한 김태술 덕분에 한결 수월하게 점수를 쌓았다.
김태술은 23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경기에서 6점 12어시스트로 활약하며 83대 78 승리를 견인했다. 삼성은 2016-2017시즌 KBL에서 가장 빨리 10승 고지를 밟았다. 홈에서 최다인 10연승을 달렸다.
김태술은 이날 3, 4쿼터 승부처에서 자신의 패스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돌파에 이은 노룩 패스로 상대 수비들을 감쪽같이 속였다. 78-78로 접전이 펼쳐지던 4쿼터. 김태술은 골밑에 자리 잡은 문태영과 라틀리프에게 차례로 A패스를 선보였다.
그는 3점슛 라인 밖에서도 노련하게 패스를 찔러댔다. 공은 순식간에 SK선수들 사이를 지나 골밑까지 배달됐다. 문태영과 라틀리프가 해야 할 일은 림 위에 가볍게 공을 얹어놓는 것뿐이었다.
김태술은 4쿼터에만 무려 5개의 어시스트를 올렸다. 팀 승리의 발판이 된 쐐기 득점이 모두 그의 손에서 나온 셈이다. 김태술은 경기 후 “4쿼터 막판 접전일 때 가드로서 냉정하고 침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평소에도 감정 변화가 없는 편이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1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김태술에게 지난 2시즌 동안 부진했던 모습은 이제 온데 간데 없다. 경기당 평균 어시스트를 어느새 6점대까지 끌어올렸다. 거의 신인 시절로 되돌아간 모습이다. 김태술은 신인 시절(2007-2008시즌) SK에서 7.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듬해 6.5어시스트를 기록해 정통 포인트가드로 입지를 굳혔다.
24일 현재 김태술은 총 13경기에 나서 10점 2.4리바운드 6.2어시스트 1.2스틸을 기록 중이다. 어시스트 순위에서 SK 김선형(6.82개·1위)과 인천 전자랜드 박찬희(6.27·2위)를 맹추격 중이다. 그의 패스는 2013-2014시즌 안양 KGC에서 평균 5.5개로 어시스트왕에 올랐던 때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김태술은 이번 부활로 명예회복의 발판을 마련했다. 가드왕국 삼성도 명가의 자존심을 되찾고 있다. 김태술과 삼성의 올 시즌 궁합은 누가 봐도 좋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