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부가 22일(현지시간) 미성년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남성이 피해여학생과 결혼하면 무죄가 될 수 있는 법안 추진을 반발여론에 밀려 결국 철회했다.
의회가 이날 미성년 대상 성범죄 처벌에 관한 예외를 담은 형법 개정안에 대한 최종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이날 의회 표결 몇 시간 전 성명에서 “법안 추진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베키르 보즈다 터키 법무부 장관은 “법안은 보류된 것”이라며 “의회 내 모든 정당이 이 법안에 합의하면 정부는 다시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이어 “이번엔 이 문제를 이 정도로 끝냈다”고 덧붙였다.
이 법안은 지난 2005년부터 올해 16일 이전에 발생한 미성년 대상 성범죄 사건에 대해 강압적 성행위가 아니고 피의자와 피해자가 이슬람 의식으로 결혼했다면 처벌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단 남성은 이슬람식으로 미성년자와 결혼을 했더라도, 다시 민간 결혼을 해서 법적으로 공식화해야 한다.
터키에서 법적 혼인 허용하는 최소연령은 만 16세이지만, 법적으로 성관계 동의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보는 연령은 만 18세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어린 나이의 조혼은 대부분 무슬림 지역사회에서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미성년자와 결혼했다는 이유로 처벌당하는 남성 '피해자'를 구제할 필요성이 있다며 관련 법을 지지하고 있다. 정부는 조혼 폐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관습에 따라 미성년자와 결혼한 3800쌍을 구제하기 위한 일회성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을드름 총리는 “이 문제를 무시할 수는 없다”며 “3800건의 조혼 사례가 있고 이와 관련된 어린이가 수천 명에 달한다. 어린이가 부모의 실수에 대가를 대신 치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대자들은 이 법안이 형법상 성폭행에 대한 면죄부라며 조혼과 미성년자 성폭력을 막기 위한 노력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또한 남성이 만13~14세 사이의 여자아이를 신부로 데려가는 관습을 정당화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유니세프를 비롯한 국제인권단체들도 전날 발표한 공동성명에 이 법안에 성폭력과 아동결혼 철폐 노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