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어느새 유행이 돼버린 사륜구동은 앞뒤로 나뉜 2개 차축을 함께 돌려 네 바퀴 모두로 차를 굴리는 방식이다. 비포장도로처럼 거친 길을 돌파하는 데 유리하고 눈·빗길을 달릴 때 미끄러짐이 적다. 네 바퀴가 저마다 힘을 주고 노면을 달리기 때문에 커브길에선 쏠림이 적다.
사륜구동 작동 방식은 브랜드마다, 차종마다 차이가 있다. 그중에서도 BMW의 사륜구동 기술 ‘xDrive’(엑스드라이브)는 브랜드화에 성공한 경우다. BMW를 사는 사람은 옵션으로 xDrive를 선택할지 말지 고민한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팔린 BMW 3대 중 1대(30%)에 xDrive가 채택됐다. 그 비율이 국내에선 40%로 더 높았다.
xDrive가 뭐기에
사륜구동은 기본적으로 앞바퀴보다 뒷바퀴에 더 많은 힘을 준다. 안정적인 승차감과 정확한 핸들링 같은 후륜구동의 장점을 구현하기 위함이다. 엔진에서 나오는 힘이 100이라고 할 때 뒷바퀴가 대개 60~70을 받고, 앞바퀴가 나머지 30~40을 받는다. BMW가 지능형 사륜구동이라고 강조하는 xDrive는 자동차가 주행 상황을 스스로 판단해 앞뒤 차축에 전달되는 힘의 비율을 0대 100부터 100대 0까지 바꿀 수 있는 기술이다.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고 판단한 뒤 기계적으로 실행에 옮기기까진 대체로 0.1초가 안 걸린다.
예를 들어 얼음판을 지나는 바퀴는 미끄러짐 때문에 동력을 줄 필요가 없다. xDrive는 차가 전진하면서 앞바퀴가 얼음판을 밟을 땐 동력을 뒷바퀴로 보내고, 이어 뒷바퀴가 얼음판을 밟을 땐 동력을 앞바퀴로 집중시킨다. 불필요한 바퀴에 가던 동력 일부 또는 전부를 반대편에 몰아주기 때문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된다. 힘 있는 주행을 유지하면서 안전성과 연료 효율을 모두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런 기술을 도입한 건 BMW가 최초다.
xDrive의 태동
BMW가 사륜구동 기술을 처음 시도한 차량은 1985년 선보인 2세대 3시리즈인 325i다. 차량 앞부분에 설치된 엔진에서 뒷바퀴로 동력을 보내면 변속기 뒤에 달린 트랜스퍼 케이스(동력배분장치)가 중간에서 그 힘 일부를 앞바퀴로 나눠주는 방식이었다. 엔진과 뒤차축 사이에는 동력을 전달하는 드라이브 샤프트가 있다. 변속기와 트랜스퍼 케이스는 엔진 바로 뒤, 그러니까 드라이브 샤프트 앞부분에 장착한다. 이런 구조는 지금의 xDrive도 마찬가지다. 2세대 3시리즈에 도입한 사륜구동은 앞·뒷바퀴 구동력을 37대 63으로 고정한 형태였다. 325i는 곧 325iX로 바뀌었고 나중에는 325xi가 됐다. xDrive에 붙는 알파벳 소문자 ‘x’는 이렇게 처음 쓰이게 된다.
BMW는 1991년 525iX와 함께 xDrive에 한걸음 더 다가선다. 525iX에는 전자 장비가 주행 상황을 살피며 동력 배분에 개입하는 사륜구동 기술이 새롭게 적용됐다. 구동이 필요 없는 바퀴에는 선택적으로 제동을 거는 방식이었다. 기본 36대 64인 앞·뒤 구동력 비율이 주행 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되면서 반응이 빠르고 정확해졌다.
1999년 등장한 X5는 BMW가 스포츠 액티비티 차량(SAV)이라는 장르를 새롭게 개척하면서 사륜구동 기술을 본격적으로 보여준 모델로 꼽힌다. SAV는 기존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처럼 오프로드 같은 험로를 자신 있게 달리면서 도심 등 온로드에서도 힘 있게 주행할 수 있는 차량임을 강조한 이름이다.
X5에는 DSC(차체 자세 제어장치), ADB-X(자동 차등 제어장치), HDC(경사로 저속주행 장치) 등 전자제어 장치가 대거 탑재됐다. HDC는 경사로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운전자가 맞춘 속도대로 내려갈 수 있게 한 기술이다. X5를 위해 개발된 이 사륜구동 기술은 이듬해 4세대 3시리즈에도 적용됐다.
xDrive의 등장과 진화
지금의 xDrive는 2003년 모습을 드러낸다. BMW는 X5보다 작은 SAV인 X3를 처음 내놓으면서 새로운 사륜구동 기술인 xDrive를 선보였다. xDrive는 각종 전자장비가 바퀴 회전 속도뿐만 아니라 운전대 각도, 액셀레이터 위치, 측방향 가속도 등 다양한 정보를 분석해 구동력을 제어했다. 이때부터 필요에 따라 앞바퀴나 뒷바퀴에 동력 전부를 보낼 수 있게 됐다.
xDrive의 등장과 함께 BMW 사륜구동 기술의 발전은 더 빨라진다. 2007년 첫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SAC) 모델 X6은 뒷바퀴 중에서도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동력을 전부 몰아줄 수 있는 다이내믹 퍼포먼스 컨트롤(DPC) 기술을 추가로 탑재했다. 차가 모래나 진흙에 빠졌다가 탈출할 때 빛을 발하는 기술이다.
2009년은 xDrive가 적용 장르를 넓힌 시기다. 액티브 하이브리드 X6를 통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과 결합했고, 스포츠카 튜닝을 거쳐 X5 M과 X6 M에 탑재됐다. 2012년에는 6시리즈 쿠페와 컨버터블, 현재의 3시리즈와 5시리즈에 xDrive 모델이 마련됐다. 2013년부터는 신형 4시리즈의 컨버터블, 쿠페, 그란쿠페에도 xDrive가 장착됐다.
지난해 출시된 6세대 7시리즈에는 뒷바퀴로 조향을 보조하는 기술(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이 더해졌다. 시속 60㎞ 이하에선 앞바퀴와 뒷바퀴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틀어지면서 회전반경을 줄이고 정확한 코너링을 돕는다. 시속 60㎞를 넘어서면 앞·뒤 바퀴가 같은 방향을 향하면서 주행 안정성을 높이게 된다.
신형 7시리즈에는 트랜스퍼 케이스 내 기름의 양을 필요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이피션트 모드)도 새롭게 적용됐다. 앞바퀴로 힘을 보내는 장치인 트랜스퍼 케이스에는 원활한 구동을 위해 평소 기름이 차 있다. 이 기름은 뒤차축으로 가는 동력을 일부 갉아먹는 저항으로도 작용한다. 이피션트 모드는 전륜 구동이 필요 없을 땐 후륜 구동의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트랜스퍼 케이스에서 기름을 빼내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신개념 사륜구동 시대로
2014년 발표돼 국내에선 지난해부터 판매를 시작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i8에는 새로운 사륜구동 기술인 eDrive가 도입됐다. 앞바퀴는 고성능 전기모터로, 뒷바퀴는 내연기관(엔진)으로 굴리는 형태다. 앞·뒤 바퀴에 각각 동력원을 장착하기 때문에 차량 앞쪽에서 뒤차축까지 관통하는 드라이브 샤프트가 없다. 전기모터로 갈 땐 전륜구동, 내연기관으로 갈 땐 후륜구동이 된다. 그러면서 필요에 따라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이 함께 작동하며 사륜구동이 되는 식이다.
지난해에는 xDrive와 eDrive를 조합한 X5 xDrive40e가 등장했다. BMW의 첫 양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이 차는 전기모터로 주행할 때도 xDrive처럼 필요에 따라 앞바퀴나나 뒷바퀴에 동력을 몰아줄 수 있다.
현재 BMW는 SAV인 X시리즈부터 승용차인 1~7시리즈까지 거의 모든 모델에 사륜구동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xDrive를 선택할 수 있는 모델은 모두 12개 시리즈 110여종이다. 국내에선 11개 시리즈 35종이 판매 중이다.
BMW코리아 측은 “BMW는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사륜구동 모델 선택의 폭이 가장 넓은 브랜드 중 하나”라며 “여러 형태의 차체와 파워트레인에 적합한 형태의 독자적 사륜구동 시스템을 개발함으로써 기술적으로도 선도적 위치에 서있다”고 자평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