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유라 승마장에 평창 후원금 유입?… 올림픽 매개 우회지원 수사

입력 2016-11-22 20:31 수정 2016-11-22 22:41

삼성이 평창올림픽을 위해 지원한 1000억원 후원금 중 약 10%가 모나미와의 용역계약에 투입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모나미는 삼성과 계약 체결 후 1달 만에 삼성을 대신해 독일에 최순실(60)씨 딸 정유라(20)씨를 위한 승마장 구입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된 기업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삼성이 평창올림픽 후원금을 매개로 모나미가 낀 삼각거래를 통해 정씨를 우회 지원한 것은 아닌지 수사 중이다.

 삼성은 지난해 10월 최씨 소유 독일 회사 비덱스포츠를 통해 35억원을 지원한 것 외에도 정씨를 위해 승마장을 구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 모나미가 등장한다. 모나미 송하경 대표는 협력사와 함께 지난 2월 독일 엠스데텐의 ‘루돌프 자일링거’ 승마장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석 달 후 승마장 인수가 확정됐고 인수금액은 230만 유로(약 28억원)로 알려졌다. 그런데 MOU 체결 직전인 1월 모나미는 삼성과 99억원 규모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포괄 렌털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가 평창올림픽에 프린터와 복합기 등 IT 제품을 현물로 후원하고, 각종 용품 서비스는 모나미가 맡는 내용이다. 계약금 99억원은 삼성이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에 낸 후원금 1000억원에 포함됐다. 삼성의 후원금 중 일부가 모나미를 거쳐 최씨 일가를 위해 사용된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지난 8일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대한승마협회장)과 송 대표의 사무실,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박 사장과 모나미 측 관계자도 소환해 용역계약과 승마장 매입 사이에 대가성이 있었는지 추궁했다. 검찰 관계자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다”고 밝혔다.

 삼성은 “모나미와 이전부터 사무용품 관리 관련 계약을 맺어 왔다”며 “최씨 특혜를 위한 계약이 아니다”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모나미도 검찰에 나와 “승마장 인수는 최씨와 관계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 일가가 평창올림픽에 개입해 이권을 챙기려 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날 경우 후원금을 낸 기업 전반으로 검찰이나 특검의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 이미 최씨가 외국 기업과 손잡고 올림픽 개·폐회식장 건설사업에 개입하려 한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기업들이 평창올림픽에 낸 후원금은 7800억원에 달한다.


수천억 평창후원금 쓴 곳 아무도 모른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다양한 기업들로부터 수천억원의 후원금을 걷었지만 후원금 사용 내역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최순실(60)씨 일가가 평창올림픽을 이용해 부를 축적하려 한 정황이 일부 확인된 만큼 검찰이나 향후 특검 수사를 통해 관련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일보가 22일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을 통해 입수한 ‘평창올림픽 공식 후원금 모금 및 사용 내역’에 따르면 조직위가 지난 10월까지 기업들로부터 후원받은 총액은 약 7800억원이다. 이 중 현금이 40%(약 3100억원), 현물이 60%(약 4700억원)다. 최종 모금 목표액은 9400억원이다.

 조직위는 “후원금 관련 기업별 세부 후원 내역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후원계약서상 비밀유지 의무조항이 있어 공개불가”라고 밝혔다. 8000억원 가까이 모은 후원금도 어디에 사용했는지 공개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현금 후원금의 경우 “대회 준비를 위한 일반운영 재원으로 편입돼 사용 내역을 구체적으로 구분하기 어렵고, 기업들도 공개를 원치 않는다”며 확인불가 원칙을 명확히 했다. 현물 후원금도 “후원 용도별로 지정돼 사용하고 있다”는 입장만 고수한 채 추가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조직위가 후원금 사용 내역 공개를 거부해 문체부도 자료 제공을 (조직위에) 요청하기 어렵다”는 입장만 조 의원을 통해 전해왔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최순실씨 일가의 이권개입 의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고원훈련장 일원에서 개·폐회식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조직위의 설명과 달리 기업들은 이미 후원 액수와 사용처 등을 스스로 밝혀 왔다. 한화는 지난 7월 평창올림픽 불꽃행사와 성화봉 제공 등으로 약 250억원을 후원한다고 밝혔다. 삼성도 지난 4월 현금 800억원을 포함해 총 10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18년까지 프린터와 복합기 등 IT 제품을 현물로 후원하고 성화봉송, 문화행사, 패럴림픽 등에는 현금을 지원한다는 사용 내역도 공개했다.

 평창올림픽 후원금 입출 내역을 철저히 함구하는 조직위의 폐쇄적인 태도는 최씨 일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이에 대해 조직위 관계자는 “후원금은 관련법과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집행되고 있다”면서 “최씨가 후원금을 이용해 치부를 할 수 있는 구조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평창올림픽 관련 사업 곳곳에 최씨의 이름이 언급된다. 최씨가 설립한 더블루케이가 지난 3월 스위스 건설업체 누슬리와 업무협약을 맺고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장 건설사업 수주에 참여하려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난 5월 조직위원장 자리에서 돌연 물러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최씨의 사업 참여를 막아 갈등을 빚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이와 관련, 조 회장은 “언론 보도 내용이 90%는 맞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씨 측근이 강원도 평창 땅을 사들인 정황도 발견됐다. 기업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최씨의 딸 정유라(20)씨 초등학교 동창 부모가 운영하는 회사 KD코퍼레이션이 2010년 평창 알펜시아콘도 부지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기화학 제품 제조업체인 KD코퍼레이션은 최씨에게 청탁해 현대차로부터 10억원가량의 일감을 따내 이익을 챙긴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최씨의 조카 장시호(37)씨도 평창올림픽과 관련된 각종 이권을 노리고 법인을 설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장씨는 동계종목 관련 우수선수 육성 명목으로 지난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세운 뒤 삼성(16억원), 문체부(6억7000여만원) 등에서 지원을 받아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씨가 평창올림픽 이권에 개입한 여러 정황이 드러나면서 ‘기업들이 낸 피 같은 돈이 최씨 일가 배를 불리는 데 들어갔구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