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제약업체 녹십자에서 2014년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2년간 태반주사 감초주사 마늘주사 등 2000여만원 상당의 약품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더불어민주당)의원이 2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 기간 녹십자와 녹십자웰빙이 제조하거나 수입한 의약품 10종을 31차례에 걸쳐 구매했다. 해당 약품을 구입한 당사자는 ‘대통령실’ 또는 ‘대통령경호실’ 이었고 가격은 총 2026만9000원이었다.
청와대가 녹십자 약품을 구매한 시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사제를 최순실 씨 자매에게 대리처방해준 차움의원 출신 김상만 씨가 녹십자 의료재단 산하 녹십자아이메드 병원장으로 재임한 시기와 겹친다. 김 원장은 2014년 2월 차움의원을 떠났고 다음달 녹십자아이메드로 옮겨 병원장을 맡았다. 현재 병원에 사의를 표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녹십자로부터 사들인 약품 중에는 일명 태반주사로 불리는 라이넥주, 감초주사로 불리는 히씨파겐씨주, 마늘주사로 불리는 푸르설타민주 등이 포함돼 있다.
청와대는 잔주름 개선·피로해소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라이넥주를 2015년 4·11·12월 등 3차례에 걸쳐 50개씩(개당 2㎖) 모두 150개(74만2500원)를 구입했다. 만성 간질환이나 만성피로 환자 해독제에 등으로 쓰는 히시파겐씨주는 2015년 4월과 2016년 6월 각 50개씩(개당 20㎖) 도합 100개(35만6400원)를 구매했다. 또 노화방지와 만성피로 해결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푸르설타민주는 2014년 11월에 27만5000원을 주고 총 50개(개당 10㎖)를 사들였다.
문화일보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들 약품이 의학적으로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약품을 비상식적으로 많이 납품받았고, 누구의 처방으로 누구에게 사용됐는지 알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신문은 청와대 관계자가 약품을 사들인 것에 대해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구매했고, 녹십자 약품 80%는 독감 예방접종용으로 경호원을 비롯한 직원들을 위해 구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