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녹십자로부터 최근 2년간 태반주사·감초주사·마늘주사 등 미용목적 주사제를 대량 구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녹십자는 최순실씨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주사제를 대리 처방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상만씨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제약업체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의약품 구입 내역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는 2014년 4월부터 올해 8월까지 녹십자로부터 31차례에 걸쳐 10가지 종류의 의약품을 총 2027만원어치 구매했다. 특히 라이넥주(태반주사), 히시파겐씨주(감초주사), 푸르설타민주(마늘주사) 등 미용 목적의 주사제 137만원어치가 포함됐다.
태반주사의 경우 지난해 4월과 11월, 12월 3차례에 걸쳐 각각 50개씩(2㎖) 총 150개, 74만2500원어치를 구입했다. 감초주사는 지난해 4월과 올해 6월 각각 50개씩(20㎖) 총 100개, 35만5400원어치, 마늘주사는 2014년 11월에 50개를(10㎖) 27만5000원어치가 청와대로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이들 미용주사들이 일반적인 투약량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양이 들어갔다는 점에 의구심을 보였다. 처방이 반드시 필요한 전문의약품인 만큼 주치의 감독 등 명확한 처방과정을 거쳤는지도 관심사다. 더불어 구매 의약품 중 면역력 강화제인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는 흔히 사용하지 않는 의약품으로 알려져 용처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 주사제의 대리처방 의혹을 받고 있는 김씨는 녹십자의 계열사 중 하나인 녹십자아이메드의 원장으로 있다. 김씨는 대통령 대리처방 의혹을 받고 있는 차움병원에서 근무하다 2014년 2월 녹십자에이드로 옮겼다.
이와 관련해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해당 의약품들은 공식적으로 위촉된 청와대 주치의와 자문단, 의무실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경호원 등 청와대 전 근무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정상적으로 구매된 것”이라고 밝혔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