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씽’ 공효진x엄지원, 이토록 강인한 여배우 영화라면

입력 2016-11-21 21:46 수정 2016-11-21 21:50
뉴시스

두 여배우, 아니 두 배우가 빚어낸 시너지는 놀라울 만큼 강렬했다. 공효진과 엄지원이 투톱으로 나선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 얘기다. 이들이 남긴 여운은 깊고 짙고 처절하고도 무거웠다.

감성 미스터리를 표방한 ‘미씽: 사라진 여자’는 21일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그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들춰냈다. ‘아이가 실종된다’는 지극히 흔한 설정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가지들이 뻗어나간다.

영화는 모성애에 대한 이야기다. 의사 남편과 이혼하고 육아와 생계를 책임지게 된 워킹맘 지선(엄지원)이 어린 딸을 돌봐줄 보모 한매(공효진)을 고용한다. 한매는 아이에게 진심어린 애정을 다한다. 아이가 감기에 걸려 콧물을 줄줄 흘리면 본인 입으로 핥아줄 만큼. 엄마 지선이 놀라니 한매는 “더럽지 않다”며 생긋 웃는다.

어느 날 한매와 아이가 홀연히 사라진다. 심상찮은 기운이 몰려온다. 믿고 싶지 않았던 일이 현실이 된다. ‘한매가 아이를 데려갔다.’ 지선은 정신없이 한매의 흔적을 좇는다. 그가 했던 거짓말, 감추고 있던 비밀을 하나 둘 마주하면서 지선은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분노는 점점 연민과 동질감으로 바뀌어간다.


시사회 이후 진행된 간담회에서 이언희 감독은 “한국에 사는 여성들이 겪고 있는 상황과 그 안에서 느끼는 갈등을 영화에 반영하고 싶었다”며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는 삶을 살다 보면 가장 가까운 이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그런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고 소개했다.

미스터리한 중국인 보모 한매 역을 완벽하게 소화한 배우 공효진은 “고민할 것도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 그런 경우가 굉장히 드문데 ‘미씽: 사라진 여자’ 시나리오를 보고 이틀 동안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어가 유창한 수준을 넘어 거의 네이티브처럼 구사해야 한다는 게 걸림돌이었다. 중국어 선생님을 곁에 두고 수없이 반복하며 억양을 익혀야 했다. 그런 노력 덕에 결과물은 꽤 만족스럽게 나왔다.

“한매는 이 땅에서 제일 외로운 여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타국에서 아무도 내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 고립된 상태에 있는 거죠. 그래서 아이에 대한 사랑이 광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단, 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연기했어요. 보는 관점은 자유라고 생각해요. (관객들) 모두가 다른 답을 얻으시겠죠.”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 홀로 아이를 찾으려 고군분투하는 지선을 연기한 엄지원은 “육체적인 것보다 내 연기의 방향성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들 때문에 힘들었다. 일단 뛰는 신이 많은데다 매 장면 감정선이 연결돼야 했기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토로했다.

아직 실제로 겪어보지 않은 모성을 표현한다는 것도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고민이 많았으나 인물의 아픔을 결결이 표현해내기 위해 노력했다. 걱정이 무색하게도, 엄지원은 애타는 엄마의 심정을 폭발적으로 펼쳐냈다.

“지선은 화려한 직업을 가진 도시 여자예요. 하지만 한매와 상황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아이에게 해를 끼친 이를 향한 분노와 극도의 복수심이 닮아있죠. 둘 다 엄마이고, 사회적 약자이기도 하니까요. 결국은 서로를 온전히 공감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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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희 감독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소외된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그들에게도 모두 각자의 삶이 있고 아픔이 있다는 걸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여배우 영화는 흥행에 불리하다는 게 정설이지만, 이만한 완성도라면 기대해볼 만하지 않을까. 배우의 연기와 영화에 담긴 메시지가 모두 훌륭하다. ‘미씽: 사라진 여자’는 오는 30일 개봉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