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매출 60%로 뚝” 성구 매출 급감 어쩌나

입력 2016-11-21 17:12
새로 교회를 지을 때 예배를 위해 꼭 갖춰야 할 용품이 있다. 십자가와 강대상, 헌금함, 강단·회중석 의자 같은 성구(聖具)다. 120년 가까운 한국 교회사와 성구는 궤를 같이 한다. 최근 들어 성도 수가 줄고 교회 수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성구업계도 큰 여파를 받는 상황이다. 성구 매출이 최근 들어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1967년부터 50년째 서울에서 목재 성구를 취급하고 있는 임선재(72·성애성구사) 대표는 2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5년 전쯤부터 연매출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해 지금은 그때 대비 40%선”이라고 밝혔다. 국내 최대 성구사를 운영 중인 그는 “이미 중소 업체들 중에는 3~4년 전부터 문 닫은 곳이 많다”고 덧붙였다.

1996년 국내 처음으로 크리스탈 성구를 출시해 보급하고 있는 이봉준(63·크리스탈성구사) 대표의 설명도 비슷했다. 5년 전후를 시점으로 매출이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현재는 당시의 절반 정도로 준 상태다.

5년 전쯤 교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교계에서 교세 통계 지표를 삼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교단의 교인 및 교회 수 변동 추이를 분석해봤다. 2010년 전체 교인 수는 285만 2311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이듬해부터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07~2010년 전체 교인은 연평균 5만865명이 늘었지만 2011~2015년은 매해 평균 1만2633명이 빠져나갔다(그래프 참조). 교회 수의 경우, 2007~2010년 연평균 174곳이 늘었으나 2011~2015년에는 136곳으로 증가세가 둔화됐다.

임 대표는 “교인 수가 지속적으로 줄면 교회는 문을 닫거나 인근 교회와 합병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개척하거나 신축하는 교회도 뜸할 수밖에 없고 성구사 역시 일감이 사라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은 20여년전에는 전혀 달랐다. 당시까지만 해도 교회를 돌며 부흥집회를 인도하던 강사는 집회 막바지 즈음 으레 부담스런 얘기를 꺼냈다. “여기 성도님들 가운데 강대상을 봉헌하실 분이 꼭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하나님께서 그 분과 가정에 반드시 큰 복을 베푸실 겁니다.”

하지만 성도들 중에는 큰 은혜를 받았다는 감사의 표시로, 또는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에 강대상이나 회중석 의자 같은 각종 성구를 헌물로 내놨다. 성구사들 입장에선 그때가 ‘왕년’의 시절이었다.

임 대표는 “19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걱정은 딱 하나였어요. 일감이 너무 많다는 것. 자재가 있으면 일할 사람이 없고, 일꾼을 붙잡아 놓으면 자재가 없을 정도였는데….” 그는 이어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의 경우, 1990년대 교회설립 허가 건수가 한 해 500건이 넘어갈 때도 많았다”며 “근데 지난해에는 60여건으로 20여년 만에 10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고도 했다.

성구사 대표들은 “요 몇 년 전부터 ‘조금만’ ‘작게’ ‘몇 개만’ 해달라는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통상 묶음으로 취급하는 성구의 세트당 가격은 1000만~5000만원. 하지만 최근 들어 ‘십자가 하나, 강대상 하나’ 등 단품 요청이 많아졌다. 이 대표는 “경기 침체나 교회 성장 둔화 등의 영향도 있겠지만 목회자나 성도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진 것 같다”면서 “한편으론 교회가 건강해지고 있다는 신호 아니겠느냐”고 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