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부터 50년째 서울에서 목재 성구를 취급하고 있는 임선재(72·성애성구사) 대표는 2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5년 전쯤부터 연매출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해 지금은 그때 대비 40%선”이라고 밝혔다. 국내 최대 성구사를 운영 중인 그는 “이미 중소 업체들 중에는 3~4년 전부터 문 닫은 곳이 많다”고 덧붙였다.
1996년 국내 처음으로 크리스탈 성구를 출시해 보급하고 있는 이봉준(63·크리스탈성구사) 대표의 설명도 비슷했다. 5년 전후를 시점으로 매출이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현재는 당시의 절반 정도로 준 상태다.
5년 전쯤 교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교계에서 교세 통계 지표를 삼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교단의 교인 및 교회 수 변동 추이를 분석해봤다. 2010년 전체 교인 수는 285만 2311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이듬해부터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07~2010년 전체 교인은 연평균 5만865명이 늘었지만 2011~2015년은 매해 평균 1만2633명이 빠져나갔다(그래프 참조). 교회 수의 경우, 2007~2010년 연평균 174곳이 늘었으나 2011~2015년에는 136곳으로 증가세가 둔화됐다.
임 대표는 “교인 수가 지속적으로 줄면 교회는 문을 닫거나 인근 교회와 합병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개척하거나 신축하는 교회도 뜸할 수밖에 없고 성구사 역시 일감이 사라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은 20여년전에는 전혀 달랐다. 당시까지만 해도 교회를 돌며 부흥집회를 인도하던 강사는 집회 막바지 즈음 으레 부담스런 얘기를 꺼냈다. “여기 성도님들 가운데 강대상을 봉헌하실 분이 꼭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하나님께서 그 분과 가정에 반드시 큰 복을 베푸실 겁니다.”
하지만 성도들 중에는 큰 은혜를 받았다는 감사의 표시로, 또는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에 강대상이나 회중석 의자 같은 각종 성구를 헌물로 내놨다. 성구사들 입장에선 그때가 ‘왕년’의 시절이었다.
임 대표는 “19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걱정은 딱 하나였어요. 일감이 너무 많다는 것. 자재가 있으면 일할 사람이 없고, 일꾼을 붙잡아 놓으면 자재가 없을 정도였는데….” 그는 이어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의 경우, 1990년대 교회설립 허가 건수가 한 해 500건이 넘어갈 때도 많았다”며 “근데 지난해에는 60여건으로 20여년 만에 10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고도 했다.
성구사 대표들은 “요 몇 년 전부터 ‘조금만’ ‘작게’ ‘몇 개만’ 해달라는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통상 묶음으로 취급하는 성구의 세트당 가격은 1000만~5000만원. 하지만 최근 들어 ‘십자가 하나, 강대상 하나’ 등 단품 요청이 많아졌다. 이 대표는 “경기 침체나 교회 성장 둔화 등의 영향도 있겠지만 목회자나 성도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진 것 같다”면서 “한편으론 교회가 건강해지고 있다는 신호 아니겠느냐”고 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