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박 나라망신” 日, 한국산 막장드라마 ‘최순실 게이트’ 재구성

입력 2016-11-21 13:17 수정 2016-11-21 13:40

‘최순실 게이트’는 일본에서도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관심거리다. 일본의 한 시사예능 프로그램이 최순실 게이트를 막장드라마 예고편처럼 재구성한 영상으로 주목을 끌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정황을 사실처럼 묘사했고 일부 과장한 표현도 있지만, 정의를 외치는 이웃나라 국민들의 울분을 담으면서 국정농단 세력을 ‘악인’으로 규정해 공감을 얻었다.

 한국 이슈에 대한 일본 반응을 취합하는 유튜브 채널 ‘지금을 살자’는 지난 19일 최순실 게이트를 다룬 일본 방송사 시사예능 프로그램에 한국어 자막을 삽입해 우리 네티즌들에게 소개했다. 집회 주최 측 집계로 서울에서 60만명, 전국적으로 95만명의 시민이 거리와 광장으로 나가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촉구한 제4차 촛불집회 당일 방송분이다. 영상은 주말을 넘기고 첫 출근일과 등교일인 21일 현재까지도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최순실 게이트 수사 상황과 촛불집회 현장을 일본으로 전하는 과정에서 손석희 JTBC 사장을 집중 조명해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3차 촛불집회 현장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집회 참가자들의 자발적 청소를 “일본의 미덕을 흉내냈다”며 자의식 과잉형으로 해설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국정농단 세력에 대해서는 일관적으로 비판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에는 일본 영화배우 겸 감독 기타노 다케시의 2010년작 ‘아웃레이지’를 패러디한 ‘코리아 레이지’를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이 프로그램은 패러디 영상에서 최순실씨가 검찰에 구속되고, 박근혜 대통령이 유영하 변호사를 선임한 과정을 재구성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유영하 변호사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대통령님 저에게만 맡기십시오”라고 말하거나 국정농단 세력을 은밀하게 만나 “시간을 벌기 위해 조사를 연기해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 로비스트 린다 김이 “내 말만 들으면 된다”며 F-35 전투기를 구입하는 장면 등 확인되지 않은 정황을 사실처럼 묘사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일어섰다”며 광화문거리에서 봉기한 시민들을 비추고,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의 사진을 나열하면서 ‘진짜 악인은 누구? 전원 악인?’이라고 지적한 장면은 우리 네티즌들 사이에서 많은 공감을 얻었다.

 네티즌들은 “한국을 조롱하는 듯 한 태도는 불편하지만, 한편으로는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지금 우리에게 놓인 현실이다” “일본에서는 걸릴 게 없으니 막 나가는 것 같다. 조금 통쾌하다” “한국이 엔터테인먼트만이 아니라 정치권까지 막장드라마를 수출한다. 새로운 한류” “반박도 못 한다. 빼박(빼도 박도 못하는) 나라망신”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강 건너 불구경하며 조소를 지은 듯 한 일본 방송의 태도를 지적한 의견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불의에 맞선 시민의 편을 들어준 듯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한국에 대한 무시와 혐오의 시각이 보여 불편하다”고 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