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사고로 고통겪다 자살… 법원 “업무상 재해 아냐”

입력 2016-11-21 08:44
근무 중 오른팔에 큰 부상을 입고 고통을 겪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근로자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강석규)는 A씨의 유족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는 사고를 당한 이후 계속되는 수술과 치료 등으로 인해 상당한 고통과 통증을 느꼈고, 적잖은 스트레스도 받은 것으로 보여진다"면서도 "A씨가 특별히 복용하거나 투여한 약물의 부작용을 호소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무렵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 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것으로 의심케 할 만한 비정상적인 언행을 했다거나 치료를 받았다고 인정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며 "정신의학과 의사도 A씨가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학적 소견을 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같은 사정에 비춰보면 A씨가 근무 중 당한 사고로 인해 심신상실 또는 정신착란의 상태,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 2009년부터 경기 안산시 소재 한 건설 관련업체서 근무하던 중 지난 2014년 3월 그라인딩 기계를 청소하다가 오른손이 롤러에 말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인해 A씨는 오른팔을 크게 다쳤고, 병원에서 요양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A씨는 같은 해 10월 요양치료를 받던 병원 창고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달라"고 청구했으나, 공단은 지난해 1월 "A씨가 사고와 관련해 정신과적 진료를 받은 적이 없고, 그 외에 정신적 이상 상태에 있었다고 볼 만한 의학적 근거 또한 없다"며 거부했다.

이에 불복한 A씨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심사 청구를 냈으나 지난해 4월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