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루리웹의 ‘순순2’ 회원입니다.
순순2 회원은 18일 ‘꺼지지 않는 촛불 앱, 순순 촛불을 만들었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앱을 무료로 배포한다고 밝혔습니다.
순순2 회원이 처음 앱을 만든 건 지난 11일이라고 합니다. 다음날 아내와 촛불집회에 가려는데 집에 초가 없어서 급히 촛불앱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오, 능력자!
집회에 나가보니 실제 촛불 색과는 조금 달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능이 적어 ios용으로는 배포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김진태 의원의 발언이 회자가 됐습니다. 김진태 의원은 17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위원에서 최순실 특검법과 관련해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촛불에 밀려 원칙을 저버린 법사위, 오욕의 역사로 남을 것”이라며 “촛불은 촛불일 뿐이다. 결국 바람이 불면 다 꺼지게 돼 있다. 민심은 언제든 변한다”고 말했습니다.
순순2 회원은 불쾌했습니다. 그래서 잠을 덜 자는 한이 있더라도 촛불앱을 좀 더 강력하게 바꾸기로 했다는군요. 불꽃을 크고 작게 만들 수도 있고 촛불 위에 글도 쓸 수 있고 말이죠. 가속도 센서를 적용해서 스마트폰이 흔들리거나 빠르게 움직이면 불꽃이 작아지는 등의 인터렉티브도 구현된다고 합니다. 불꽃 색도 변경할 수 있다네요. 다행히 ios에서도 승인이 나서 모든 스마트폰 유저가 무료로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순순2 회원은 “누군가 촛불을 들고 싶은 그날까지 계속 완전 무료로 공개하겠다”면서 “부디 시국이 빨리 안정돼 이 앱이 사용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적었습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지난 19일 오후 강원도 춘천 석사동 로데오거리 광장에서 집회에 참석한 뒤 김진태 의원 사무실로 행진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춘천 시민 명령이다. 김진태는 사퇴하라”라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바람이 불면 촛불이 꺼진다고 했지만 바람 불어 불씨가 더 번진 게 아닌가 싶네요.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