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와 중구와의 경계를 흐르는 청계천은 도심의 명소다. 이명박 서울시장 당시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복원해 2005년 10월 통수식을 가진 청계천은 많은 관광객들과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청계광장 등 청계천 일대에서는 연중 다양한 행사가 열려 시민들의 발길을 끌어 모은다.
지난 4일 개막해 20일 막을 내린 ‘2016 서울빛초롱축제’는 청계천의 화려함과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준다.
그러나 청계천의 그 이면에는 그림자도 존재한다. 청계천복원사업으로 밀려나 상당수가 도시빈민으로 전락한 과거 청계천 주변 상인들의 고단한 삶이 대표적인 그늘이다.
서울빛초롱축제 폐막일인 이날 피해 상인들이 청계광장 등 청계천 일대에서 서울시의 대책을 촉구하며 ‘빛 대 빚’이란 타이틀로 퍼포먼스를 열었다. 빚을 상징하는 보따리를 이고, 상인들이 빈털털이가 됐음을 상징하는 깡통을 끌고 다니며 청계천상인들의 현실을 고발하는 퍼포먼스였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가든파이브비상대책위원회와 활동가 등에 따르면 청계천복원사업으로 인해 청계천을 떠난 상인들은 대부분 빚더미에 올라 빈민으로 전락했다.
서울시는 복원사업을 시작하면서 반발하는 청계천 상인들에게 송파구 문정동에 가든파이브란 상가를 지어 저렴한 분양가(7000만~8000만원)에 이주시키겠다는 대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가든파이브 준공 지연으로 공사비가 늘어나면서 분양가는 당초 약속의 2~3배가 넘는 2억~3억원으로 올라 대다수 상인들에게 입주는 ‘그림의 떡’이었다.
2010년 일부 상인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가든파이브에 입주했지만 상가가 외진 곳이어서 장사가 안 돼 수익을 내기는커녕 임대료와 이자가 밀리기 일쑤였다.
결국 SH공사(현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임대료 등이 밀린 상인들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했고 상인들은 하나둘 가든파이브에서 쫓겨났다. 상인들이 나간 자리는 엔터식스, NC백화점 등이 차지했다.
청계천상인들로 이뤄진 가든파이브비상대책위원회 유산화(56·여) 대표는 “이주대상 상인 6500여명 중 현재 가든파이브에 입점해 있는 상인은 100명 남짓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빚더미에 올라 앉아 뿔뿔이 흩어졌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청계천이주상인들을 위해 조성한 가든파이브가 상인들의 무덤이 됐는데도 아무도 책임을 지려는 곳이 없다”며 “서울시는 이명박 시장 때 일이라고 외면하지 말고 이제라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든파이브비대위와 이들을 지원해 온 노동당 서울시당은 이와 관련, 서울시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우선 서울시가 이주대상으로 선정했던 청계천상인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할 것을 요구했다. 또 백화점 등 대형 매장 유치에 따른 임대료 수입 등을 기금으로 적립해 청계천상인들의 재정착을 위해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금 1조원이상이 투입된 가든파이브를 공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가든파이브 조례’ 제정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