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검찰이 최순실(60)씨 등을 기소하면서 미르·K스포츠재단 창립부터, 출연기금 모금까지 대부분 불법행위를 박근혜 대통령이 계획하고 지시했다고 명시한 것은 박 대통령을 주범으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최순실 게이트'는 박 대통령이 최씨 등과 공모하거나 지시하면서 불법을 저지른 '박근혜 게이트'로 그 성격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수사를 받는 게 불가피하게 됐다.
20일 고개된 최씨 등의 공소장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최씨의 대부분 범죄 혐의의 주범으로 공소장에 적시됐다. 최 씨와 안 전 수석이 함께 기업들을 압박해 수백억원대의 출연금 및 후원금을 모금했다는 혐의다.
미르재단은 아예 설립 계획부터 박 대통령이 지시했고, K스포츠재단은 최씨의 기획에 따라 박 대통령이 창립부터 출연기금까지 지시한 것으로 적시됐다.
검찰은 공소장에 '박 대통령은 한류 확산, 스포츠인재 양성 등 문화·스포츠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법인의 설립을 추진하되, 재단법인의 재산은 전경련 소속 회원사 기업들의 출연금으로 충당하기로 계획했다'고 명시했다. 애초에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하면서부터 박 대통령이 기업들로부터 돈을 걷기로 계획했다고 못 박은 것이다.
또 '최씨는 대통령으로부터 전경련 산하 기업체들로부터 금원을 갹출하여 문화재단을 만들려고하는데 재단의 운영을 살펴봐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운영을 최씨에게 요청하고, 사실상 간접적으로 지배하려고 했다는 이야기다.
기업들을 상대로 한 자금모금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역할도 구체적으로 적었다.
박 대통령은 대기업 회장들에게 문화·체육 관련 재단법인을 설립하려고 하는데 적극 지원을 해달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후 각종 불이익을 두려워한 기업들이 모금에 참여해 두 재단이 출범할 수 있었다.
미르재단에 대한 기업 자금 출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벌어진 일을 보면 박 대통령이 이 사건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더욱 분명해진다.
박 대통령은 2015년 10월말께 리커창 중국 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양국 문화재단 간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며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에게 재단설립을 재촉하기도 했다.
심지어 2015년 9월말께 최씨가 미르재단의 명칭을 정한 뒤 박 대통령에게 뒤늦게 재가를 얻은 상황도 포착됐다.
박 대통령은 201년 10월21일 안 전 수석에게 "재단 명칭은 용의 순수어로 신비롭고 영향력이 있다는 뜻을 가진 미르라고 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는데, 이미 한달 전에 최씨는 '미르'라는 이름을 정해놓은 상태였다.
이 같은 공소장 내용을 종합하면 검찰은 '최순실 게이트'의 주범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분명하게 지목했다고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불법행위를 저지르면서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과 공모한 것으로 이 사건의 구체적 그림을 그린 것이다.
이처럼 검찰이 박 대통령을 각종 범죄사실의 주범으로 부각시키면서 박근혜-최순실-안종범·정호성으로 이어지는 직권남용과 제3자뇌물죄의 연결고리가 드러나게 됐다.
이 사건이 최씨가 박 대통령을 등에 업고 각종 불법을 저지른 사건이 아니라, 박 대통령이 최씨 등에게 지시하거나 공모하면서 불법을 저지른 사건으로 그 성격이 바뀌는 것이다.
이같은 공소사실을 바탕으로 박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는 한층 날카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에서 "재단 출연 기업과 관련된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박 대통령을 향한 강도높은 직접 조사를 예고했다.
뇌물죄는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범죄이기 때문에 최씨에게는 직접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뇌물을 걷었고, 그로 인해 최씨가 이득을 봤을 때 적용할 수 있는 게 '제3자 뇌물죄'다. 결국 박 대통령을 뇌물죄로 수사하겠다는 선전포고에 가까운 발표으로 볼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일선 검사는 "검찰 개혁 요구가 분출되는 등 검찰의 위기 아니냐"며 "만약 특검이 나중에 검찰이 드러내지 못한 부분을 밝히면 또 몰매를 맞을테니까 보다 적극적으로 나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검사는 "청와대에서 배신감을 느끼고 있을 정도면 어느 정도까지는 한 거 아니겠나"라고 말한 뒤 "뒤늦게나마 최선을 다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