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발작(tantrum)’에 국내 금리 급등…실물경제 위기 확산되나

입력 2016-11-20 10:08


미국 대선 이후 채권 금리가 급등하는 '트럼프 탠트럼(tantrum·발작)'이 지속되면서 금융시장 뿐만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리가 급격하게 오를 경우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투자가 위축되고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높아지면서 가계부채가 부실화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국고채 금리는 전 구간에서 연고점 수준으로 급등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미국 대선 직후인 지난 9일(1.402%)부터 18일(1.736%)까지 7거래일 연속 상승해 33.4bp(1bp=0.01%포인트)나 치솟았다.

장기채 금리는 상승폭이 더 컸다. 10년물(1.671→2.132%)은 46.1bp 30년물(1.789→2.211%)은 42.2bp씩 올라 연중 최고치를 넘어섰다.

회사채 금리도 뒤따라 오르고 있다. 7거래일 동안 AA- 등급 회사채 금리(1.823→2.132%)는 30.9bp, BBB- 등급 금리(7.925→8.246%)는 32.1bp씩 상승했다.

이같은 금리 급등 현상은 미국 대선 이후 시작된 '트럼프 탠트럼'과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9일부터 18일까지 28.4bp(2.071→2.355%)나 상승했고, 이런 현상은 전 세계로 확산되는 추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확장 재정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치솟는 금리에 곳곳서 비명…한은, 금융위기 이후 첫 시장개입

트럼프 탠트럼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미국 대선 전 1137원 수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183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외국인 자금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대선 이후 8거래일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채권 가격이 급락(채권 금리 급등)하면서 시장에서는 투매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와 기준금리 간 격차가 50bp 이상 나는 상황에서 국고채 금리가 계속 오르는 것은 시장에 확산되고 있는 공포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자 한국은행은 시장개입에 나섰다.

한은은 지난 18일 공개시장운영 방식으로 1조 5000억원 규모의 국고채를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한은이 시장 불안을 막기 위해 국고채를 직매입하는 것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불확실성이 커진 채권시장을 안정화하는 차원에서 국고채권을 매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한은의 개입 만으로 시장이 안정을 찾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채권분석팀 차장은 "(한은의 국고채 직매입은) 규모상으로 의미 있는 숫자는 아니고 상징적인 의미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 차장은 "지금은 시장이 대외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금리와 정책 관련 이슈의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탠트럼, 실물경제 공포로 확산되나

금리 급등세가 지속되면서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월 들어 회사채 발행액은 1조6737억원 수준에 그쳤지만 상환액은 2조8822억원에 달했다. 기업들이 경제 불확실성과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돈을 빌려 투자하지 않고 빚을 갚고 있다는 뜻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오르고 있다. 이달 들어 주요은행의 변동금리(코픽스 연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0.06~0.2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가계의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고 주택시장 경기도 악화될 여지가 커졌다"며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가면서 투자가 부진해질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은이나 금융당국이 시장 불안에 대응할 뽀족한 수가 없다는게 문제다.

이런 상황을 방치할 경우 금융 불안이 실물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정책 수단을 동원해 금리 상승세를 억제할 경우 미국과의 금리 격차로 인해 국내 시장에서 자금이 급격하게 유출되는 상황을 맞게될 수도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부 특임교수는 "우리나라는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외 여건에 의해 금리가 올라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외환보유액이 적정 수준보다 1000억 달러 정도 부족해 외화유동성에 비상이 걸렸지만 (금리가 오를 경우) 가계와 기업의 부실이 심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통화정책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고 시장에 확산되고 있는 불안 심리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럴 때일수록 중앙은행은 완화적 통화정책이 유지될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해줘야 한다"며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매파적인 입장을 보일 경우 기업들이 무너지거나 주택시장이 붕괴하면서 자금이 더욱 급격히 유출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