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여왕’ 김연아가 최순실씨를 중심으로 형성된 국정농단 세력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혀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KBS는 19일 “김연아가 최순실씨 측근 차은택씨의 주도로 제작된 늘품체조 시연회 참석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혔고, 그 결과 피해를 입었다”며 지난해 대한체육회 선정 스포츠영웅 제외 과정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방송에 따르면 김연아는 2014년 11월 26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늘품체조 시연회를 앞두고 참석 요청을 받았지만 ‘자신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 체조행사에 참여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김연아 소속사 올댓스포츠의 구동회 사장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늘품체조 시연회 참석에 대한 구두 제안이 있었지만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유스올림픽 홍보로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늘품체조는 정부가 3억5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2014년 11월 발표한 국민생활체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국정농단 세력의 수족으로 전락하면서 최순실씨와 차은택씨가 개입해 잇속을 챙긴 문화사업 중 하나로 지목됐다. 체조선수 손연재와 양학선은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했다.
방송은 “장시호씨가 지난해 초 측근에게 김연아와 관련한 이야기를 털어놨다”고 전했다. 당시 이 이야기를 들었다는 장시호씨의 측근은 방송과 가진 익명 인터뷰에서 “(장시호씨가) 김연아는 찍혔다고, 쟤는 문체부에 찍혔다고 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찍혔다, 안 좋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방송은 여기서 지난해 대한체육회 스포츠영웅 선정 과정에서 김연아를 제외한 점이 늘품체조 시연회 참석 거부와 개연성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연아는 12명의 후보로 압축된 당시 스포츠영웅 인터넷투표에서 82.3%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최종심사에서 당초 규정에 없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배제됐다고 방송은 전했다. 팬들의 반발로 나이 제한은 사라졌고, 김연아는 올해 스포츠영웅으로 선정됐다.
여론은 발칵 뒤집어졌다. 김연아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피겨스케이팅 사상 첫 금메달,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조국에 안긴 입지전적인 선수다. 지금은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여전히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김연아에게까지 뻗힌 국정농단 세력의 마수를 여론은 다시 비난했다.
SNS에서는 “최순실씨의 영향이 김연아에게까지 닿았다. 그 끝이 어디일지 모르겠다” “김연아를 건든 이상 잔잔한 역풍으로 끝나지 않을 것” “김연아가 그 와중에도 잘 버텼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