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빨갱이가 아닙니다' 강원도민 1만 촛불집회

입력 2016-11-19 21:10 수정 2016-11-19 21:13
19일 오후 강원도 춘천 로데오 사거리에서 열린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고 있다.

강원도 춘천시민 7000여명은 19일 오후 춘천 로데오 사거리에서 촛불을 밝히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김진태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춘천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이날 집회는 강원대학교 놀이패 ‘한마당’의 길놀이, 시인 최돈선의 ‘딱 거기까지만’ 시낭송, 노는 삼춘, 참교육밴드의 노래공연 등 문화공연에 이어 자유발언 순으로 진행됐다.

자신을 73살의 석사동 주민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자유발언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박근혜 대통령이 모른다면 대통령의 자격이 없는 것이고, 알면서도 이를 무시했다면 주권자인 국민을 우롱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과 최순실 사단은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유린하고 국정을 농단했다”고 말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19일 오후 강원도 춘천 로데오 사거리에서 열린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김진태 의원 사무실을 향해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민 이모(71·여)씨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표를 던졌는데 어떻게 국민들이게 이렇게 큰 실망을 안길 수 있느냐”며 “너무 속상해서 촛불집회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춘천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집회를 마친 뒤 로데오사거리에서 스무숲을 거쳐 1㎞ 구간을 행진하고 나서 새누리당 김진태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항의집회를 이어갔다.

춘천시민들이 김 의원 사무실 앞에서 촛불집회를 연 이유는 김 의원이 최근 잇따라 촛불집회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7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순실 특검법과 관련,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촛불에 밀려 원칙을 져버린 법사위, 오욕의 역사로 남을 것”이라며 “촛불은 촛불일 뿐이다. 결국 바람이 불면 다 꺼지게 돼 있다. 민심은 언제든 변한다”고 말했다.

시민 이세령(23·여)씨는 “현재 시국이 이러한 상황에서 김진태 의원이 이렇게 발언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춘천시민으로써 너무나도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날 같은 반 친구들과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모(13)군은 자유발언에 참가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와 김진태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군은 “김진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시위를 벌이는 사람,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빨갱이’라 표현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에서 많은 시위가 일어났는데 그 사람들이 모두 빨갱이었나요. 우리는 빨갱이가 아닌 진정한 민주화를 이루려고 노력하는 국민들입니다. 저와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은 원할 것입니다. 박근혜는 하야하고 김진태는 사퇴하라”고 말했다.

LED 촛불을 준비해 온 춘천시민들은 “김진태 의원이 바람이 불면 촛불이 꺼진다고 했지만 LED촛불은 꺼지지 않는다”며 “촛불은 바람에 꺼질지언정 산불은 바람이 불면 더 커지기 마련”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원주와 강릉 등 도내 9개 시·군에서도 1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촛불집회가 진행됐다.

강원도내 각 지역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박근혜 퇴진 비상강원행동’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부터 10개 시·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이날 촛불집회는 춘천 로데오 사거리와 강릉 대학로 안, 원주 중앙시장 농협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또 속초 황소광장과 동해·삼척 천곡동 복개천광장, 철원 철원감리교회 앞, 홍천 꽃뫼공원, 정선 정선역 앞, 태백 황지연못, 영월 별빛광장에서 시국대회와 촛불행진, 촛불문화제가 이어졌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