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타오른 촛불...방방곡곡 박근혜 퇴진 함성

입력 2016-11-19 20:11 수정 2016-11-19 20:59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자 처벌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19일 전국 100여곳에서 열렸다. 주최측 추산으로 서울 50만명, 지방 30만명이 운집했다.

 특히 박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에서도 새누리당 해체와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함성이 메아리쳤고 광주 금남로에서는 1991년 이후 최대 인파가 몰렸다.

“대구에서 이렇게 많은 시민이 모인 것은 처음”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대구비상시국회의' 주최로 오후 5시 대구 중구 중앙네거리~반월당네거리 대중교통전용지구 구간에서 열린 ‘대구 3차 시국대회’에는 1만5000여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이 모였다.

 1차 때 3000여명, 2차 때 5000여명 보다 훨씬 늘었다. 집회장소에는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들, 아이 손을 잡고 나온 부모들, 수능을 마친 고등학생들, 중년 부부 등 다양한 시민들이 자리를 채웠다.

 본 행사에 앞서 오후 4시부터 시민자유발언 등 사전 행사가 열렸다. 자유발언을 한 시민들은 조속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무대 아래에서 이를 지켜본 참가자들도 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 등을 외치며 화답했다.

 수능을 마치고 집회에 참가해 자유발언을 한 안성준(19)군은 "정말 이러려고 수능을 쳤나하는 생각이 든다"며 "(여야는)간보지 말고 탄핵 정국 돌입하라"고 외쳤다.

 안군 이외에도 다양한 시민들이 무대에 올라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한 참가자는 박 대통령의 성대모사를 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원래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참여 인원이 늘 것으로 예상돼 더 넓은 장소로 변경됐다. 예상대로 이날 1만명이 넘는 시민이 대중교통전용지구 구간을 가득 메웠다.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집회가 열리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집회에서는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뒤로 넘기기, 촛불 파도타기 등 다양한 포퍼먼스가 시도됐다.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 행진을 하며 다시 한번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집회에 참석한 한 진보단체 관계자는 “대구에서 이정도로 많은 시민이 집회에 참여한 것은 처음보는 것 같다”며 “행진을 할 때도 주변 시민들이 호응하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고 밝혔다.

광주 금남로 2만~3만여명 운집, 1991년 이후 처음

 광주에서도 오후 6시부터 금남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앞 5·18민주광장에서 ‘박근혜 퇴진 광주 10만 시국 촛불대회’가 열렸다.

 박근혜 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가 주관한 이날 대회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지난 12일 촛불집회 때보다 많은 2~3만여 명의 광주시민과 대학생 등이 참여해 열기가 한껏 고조됐다.

 사회단체와 종교단체는 물론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가족단위로 촛불대열에 참여한 시민들과 학생들은 민주광장과 금남로를 가득 메웠다.

 광주 금남로에서 2만~3만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군중대회가 열린 것은 지난 1991년 분신 사망한 전남대 고 박승희 열사의 추모집회 이후 처음이다.

 주최 측은 미리 준비한 2만여 개의 깔판과 초를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참가자들은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일명 ‘하야송’을 따라 부르고 ‘광주시민 하나되어 박근혜를 끌어내자’는 등의 잇따라 구호를 외쳤다.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와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국민의당 광주시당 등은 이날 오후 별도의 사전대회를 마치고 촛불대회에 동참했다.

 임추섭 박근혜퇴진광주시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이날 대회사에서 “100만 촛불집회의 명령을 거부한 박근혜는 ‘하야’ 대신 국정재개로 썩은 부패정치를 이어가고 있다”며 “배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김기춘과 우병우를 국민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자들은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시작된 촛불대회에서 2분간씩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문재인, 부산 촛불집회에서 “박 대통령이 범죄단체 리더" 일갈

부산에서도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오후 5시 30부터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백화점 앞에서는 시민들이 비선 실세를 규탄하고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문화제가 열렸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도 참석해 “대통령은 대기업 돈으로 사익을 추구한 주범”이라며 “(박 대통령)자신이 대한민국 헌법을 파괴한 범죄단체 리더다”고 강력 비판했다.

 문 전 대표는 또 “주권자인 국민들이 박 대통령을 향해 하야를 명령했다”며 “이제라도 촛불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회는 오후 6시 ‘춤궐기’로 시작해 풍물, 노래패 공연까지 1시간 30분가량 계속된 문화공연과 시민 자유발언에 이어 시민들은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이게 나라냐!’ ‘박근혜-최순실 일당 전원 구속’ 등의 팻말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집회는 시간이 흐르면서 경찰 추산 1만명 주측 추산 7만여명이 모였다.

 29개월된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이날 집회에 참석한 박지영(35)씨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좋은 나라 만들어주고 싶었다는 심정으로 이자리에 나왔다”고 밝혔다.

 대전 3만여명, 박근혜 퇴진 집회

 박근혜 퇴진 대전운동본부가 주최한 ‘박근혜 퇴진 대전10만 시국대회’가 오후 5시부터 대전 서구 둔산동 갤러리아 타임월드 백화점 앞에서 3만여명(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 5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한남대 교수학생 시국모임’ 500여명은 본 대회에 앞서 인근 대전시청 남문광장에서 시국선언을 했다. 지역 문화예술인과 진보 3개 정당도 각각 시국선언과 합동연설회로 사전대회를 한 뒤 타임월드 앞 시국대회에 합류했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박근혜 퇴진’ 등이 적힌 손 피켓을 들고 ‘이게 나라냐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 ‘이게 나라냐 새누리당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수능시험을 끝나고 시위에 나왔다는 김정화(동대전고 3)양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알았지만 그동안 수능 때문에 못 나왔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아직 자기 잘못을 모르는 것 같아 친구들과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장용순(57·대전 유성구 도안동)씨는 “생각보도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시위에 참여한 것 같다”며 “비교적 친박적 분위기인 충청도에서도 이 정도로 많이 모였다며 박근혜는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충남에서는 민주당 충남도당이 오후 3시 천안축구센터 다목적룸에서 ‘국정 정상화를 위한 시국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안희정 충남지사는 “법률적이든 사퇴 의사를 밝히든 여부와 상관없이 박근혜 대통령은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이미 탄핵당했다고 생각한다”며 “의회 지도자는 지체 없이 탄핵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시에서도 오후 5시 30분부터 세종호수공원 무대섬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촛불 행사를 가졌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학생들의 사회 참여는 당연한 권리이며 촛불 광장은 민주주의 배움터이다”며 “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들의 국정농단과 관련된 촛불평화집회에 학생들이 많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주 시민 1만여명 운집 ‘박근혜 대통령 퇴진하라’

박 대통령의 하야와 '최순실 게이트'의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충북 청주에서도 이어졌다.

 충북 지역 80개 시민·사회단체 회원으로 구성된 충북비상국민행동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최순실 국정농단에 동조한 관련자들의 처벌을 촉구하며 촛불 집회를 가졌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에 참가한 시민을 1만여명(경찰 추산 5000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은 상당공원과 도청 서문까지 300여m 이르는 거리를 가득 메웠다. 자녀들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 단위 참가들이 많았다.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거리를 행진했다. 질서정연하고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시민들의 표정은 밝았다.

 거리 행진에 나선 시민들은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 사무실이 있는 청주 육거리 시장에 모여 정 의원의 정계 은퇴를 촉구했다. 

 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하야를 요구하는 야권과 박 대통령의 탈당을 주장한 김무성 전 대표 등을 강도높게 비판해 왔다.

 집회에 참가한 청주 청원중학교 박하늘(15)양은 “최순실의 국정 농단에 화가 너무나 참을 수가 없었다”며 "정유라의 부정 입학을 보면서 공부할 의지가 꺾였다”고 말했다.

 5살 손녀와 함께 집회에 참가한 김성남(63·여)씨는 "어린 손자들에게는 더 좋은 나라를 물려주고 싶어 집회에 나왔다"며 “이 나라가 정의롭고 의로운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씨는 "박근혜 대통령은 바로 퇴진해야한다"며 "기본적인 질서를 무너뜨린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청주 상당고 임예성(17)군도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교육농단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집회에 참가하게 됐다"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세월호 7시간과 최순실의 교육농단 실태를 명백히 밝혀내야 한다"고 밝혔다.

 충북경찰청은 기동대, 방범순찰대 등 상설부대 경력 400여명을 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평화적인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춘천시민 '바람 불면 촛불 커진다' 발언 김진태 의원 사퇴 촉구

강원도 춘천 로데오 사거리에서는 시민 4000여명이 촛불을 밝히고 박 대통령의 퇴진과 김진태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춘천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이날 집회는 강원대학교 놀이패 ‘한마당’의 길놀이, 시인 최돈선의 ‘딱 거기까지만’ 시낭송, 노는 삼춘, 참교육밴드의 노래공연 등 문화공연에 이어 자유발언 순으로 진행됐다.

 73살의 석사동 주민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자유발언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박근혜 대통령이 모른다면 대통령의 자격이 없는 것이고, 알면서도 이를 무시했다면 주권자인 국민을 우롱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과 최순실 사단은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유린하고 국정을 농단했다”고 말하며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이모(71·여)씨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표를 던졌는데 어떻게 국민들이게 이렇게 큰 실망을 안길 수 있느냐”며 “너무 속상해서 촛불집회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초등학생은 자유발언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사이비 종교 교주의 딸에게 돈도 주고 그럴 수 있습니까. 대통령이 저희를 배신할 수 있습니까. 박근혜는 퇴진하라”고 외쳤다.

 춘천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집회를 마친 뒤 로데오사거리에서 스무숲을 거쳐 1㎞ 구간을 행진한 뒤 새누리당 김진태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항의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춘천시민들이 김 의원 사무실 앞에서 촛불집회를 여는 이유는 김 의원이 최근 잇따라 촛불집회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순실 특검법과 관련,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촛불에 밀려 원칙을 져버린 법사위, 오욕의 역사로 남을 것”이라며 “촛불은 촛불일 뿐이다. 결국 바람이 불면 다 꺼지게 돼 있다. 민심은 언제든 변한다”고 주장했다.

 원주와 강릉 등 도내 9개 시·군에서도 1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촛불집회가 진행됐다.

 강원도내 각 지역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박근혜 퇴진 비상강원행동’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부터 10개 시·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이날 촛불집회는 춘천 로데오 사거리와 강릉 대학로 안, 원주 중앙시장 농협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또 속초 황소광장과 동해·삼척 천곡동 복개천광장, 철원 철원감리교회 앞, 홍천 꽃뫼공원, 정선 정선역 앞, 태백 황지연못, 영월 별빛광장에서 시국대회와 촛불행진, 촛불문화제가 이어졌다.

전북 도민 1만여명, “박근혜 구속하라”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60)씨 국정농단에 분개한 전북도민 1만여명이 19일 거리로 나와 박대통령 퇴진과 구속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도민들은 오후 5시부터 전주시 충경로 사거리에 모여 '전북도민 2차 총궐기'를 가졌다.

집회에는 시민은 물론이고 노동·사회단체, 종교계와 대학생 총학생회, 지역 정치권까지 가세해 인원이 계속 늘어났다.

참가자들은 "나라를 망친 박근혜 대통령은 퇴진하라" "박근혜 대통령을 구속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는 대학생·청소년들을 비롯 시민들의 자유 발언과 촛불 파도타기, 시민·사회단체가 준비한 공연 순으로 오후 7시 20분까지 뜨겁게 진행됐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청와대를 향해 상경하고 있는 '전봉준 투쟁단'이 참석해 열기를 높였다.

 이들은 지난 15일 전남 해남에서 '농정파탄! 국정농단! 박근혜 퇴진! 가자 청와대로! 농기계 투쟁 출정식'을 갖고 수십여대의 트랙터를 앞세우고 5일째 지역을 돌며 서울로 향하고 있다.

 제주, 수능 시험 마친 고3 수험생 대거 참석

 ‘박근혜 하야 촉구 제5차 제주지역 촛불집회’가 오후 6시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 도로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3 수험생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주최측 추산 5000명(경찰 추산 2000명)이 모여 제주지역 집회 역사상 최다 인원이 집결했다.

 집회 시작 30분 전부터 1000여명의 도민은 제주시청 민원실 앞 도로에 집결해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자리를 잡았다.

 집회 시작 6시쯤부터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 도로는 가득 찼고, 시민들이 계속 몰려들면서 인도까지 촛불이 번지고 있다.

 집회는 제주지역 학계, 종교, 정치, 교육, 농민, 언론, 여성 등 분야 103개 단체로 구성된 ‘박근혜 정권 퇴진 제주행동’(제주행동)이 주최했다.

 집회는 오후 6시 춤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 도로에서 막이 올랐다.

 제주행동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 및 관련자 전원 엄중처벌, 민주주의 회복과 새로운 사회 건설을 3대 목표로 정했다.

 집회는 2시간30분 예정으로 참가자들의 자유 발언과 대학로 행진, 공연 등 순으로 진행된다.

 제주행동은 촛불 5000개를 준비했지만 금세 동이 났고 행사장 주변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무료로 차를 나눠주었다.

 집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오영훈(제주시을), 위성곤(서귀포시) 국회의원도 참여했다. 또 정의당과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국민의당 당직자들도 대거 참석했다.

 임문철 제주행동 상임대표는 “정말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단순히 비판만 하고 불평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며 “새로운 제주,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서 앞으로 나아가자”고 호소했다.

 경찰은 집회장소 주변에 경비교통 등 150여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김재중 사회2부장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