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심에서도 '박근혜 퇴진' 2만여개 촛불

입력 2016-11-19 18:07 수정 2016-11-20 14:55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3차 시국대회에 시민 1만5000여명이 참석해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다. 최일영 기자

대구 3차 시국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19일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행진하고 있다. 최일영 기자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구 3차 시국대회’가 열린 19일 대구 중구 중앙네거리~반월당네거리 대중교통전용지구. 취재 현장에서 친구를 만났다. “여 웬일이고?”라고 묻자 그 친구는 “알면서”라고 답했다. 짧은 대화를 끝낸 그 친구는 집회 군중 속으로 들어갔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의 텃밭이었던 대구가 달라졌다. 일반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대구비상시국회의' 주최로 19일 오후 5시 대중교통전용지구 구간에서 열린 ‘대구 3차 시국대회’에 2만여명(주최 측 추산, 경찰 측 추산 5000여명)의 시민이 모였다. 1차 때 3000여명, 2차 때 5000여명 보다 훨씬 늘었다.

 집회장소를 채운 것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닌 보통 시민들이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들, 아이 손을 잡고 나온 부모들, 수능시험을 마친 고등학생들, 중년 부부 등 다양한 시민들이 자리를 채웠다.

 8살 아들과 함께 집회에 나온 서경희(42·여)씨는 “TV를 보다 답답해서 나왔다”며 “현장 분위기도 아들과 함께 느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본 행사에 앞서 오후 4시부터 시민자유발언 등 사전 행사가 열렸다. 자유발언을 한 시민들은 조속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무대 아래에서 이를 지켜본 참가자들도 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 등을 외치며 화답했다.

 수능을 마치고 집회에 참가해 자유발언을 한 안성준(19)군은 "정말 이러려고 수능을 쳤나하는 생각이 든다"며 "(여야는)간보지 말고 탄핵 정국 돌입하라"고 외쳤다.

 안군 이외에도 다양한 시민들이 무대에 올라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한 참가자는 박 대통령의 성대모사를 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새누리당을 지지하던 어르신들의 마음도 변했다. 

 달성군에서 집회에 참석한 차칠문(68)씨는 “예전에는 새누리당을 지지했지만 최근 정국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며 “청와대와 여당에서 변화가 없다면 무너질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원래 3차 대회는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참여 인원이 늘 것으로 예상돼 더 넓은 장소로 변경됐다. 예상대로 이날 1만명이 넘는 시민이 대중교통전용지구 구간을 가득 메웠다.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집회가 열리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진보단체 측에서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대구에서 최고로 많은 사람이 집회에 참석한 것이라고 한다.

 집회에서는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 뒤로 넘기기, 촛불 파도타기 등 다양한 포퍼먼스가 시도됐다.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 행진을 하며 다시 한번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집회에 참석한 한 진보단체 관계자는 "대구에서 이정도로 많은 시민이 집회에 참여한 것은 처음보는 것 같다"며 "행진을 할 때도 주변 시민들이 호응하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라고 밝혔다.

 한편 경북지역에서도 포항, 안동, 구미 등지에서 촛불집회가 열렸으며 모두 시민 2500여명(경찰 측 추산) 이상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대구=글·사진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