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이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해밀턴’을 관람하다가 배우에게 따끔한 충고를 듣고 황급히 자리를 뜨는 소동이 발생했다. AP통신은 18일(현지시간) 미국 3대 부통령 애런 버를 연기한 브랜던 빅터 딕슨이 극이 끝나고 배우들이 마지막 인사를 하는 ‘커튼 콜’ 때 펜스에게 일침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딕슨은 미리 준비한 성명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관객들에게 촬영해서 공유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먼저 “우리는 차기 정부가 우리와 아이들, 지구, 양보할 수 없는 권리를 지켜주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며 “진심으로 이 뮤지컬이 당신에게 영감을 줬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인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모두를 대신해서 지켜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성명에는 다양한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딕슨은 “이 뮤지컬은 남성과 여성 각기 다른 인종과 종교, 지향점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로 짜여졌다”고 강조했다. 이는 펜스가 몸 담게될 차기 정권의 수반 도널드 트럼프가 평소 성차별적발언과 멕시코 이민자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점을 염두에 두고 한 말로 풀이된다.
AP에 따르면 펜스는 딕슨이 말을 시작하자 황급히 극장을 빠져 나갔다. 하지만 출구 밖 복도에 서서 내용을 모두 듣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펜스에게 일부 관객은 야유를 보냈고 일부는 환호하기도 했다. 딕슨이 이날 낭송한 성명은 해밀턴 제작자이자 배우인 린마누엘 미란다와 감독 토머스 카일, 프로듀서 제프리 셀러와 출연진이 함께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